외국인 올해 역대 최대 순매수 18조원
옥석가리기로 매도…이차전지·필수소비재 등
개인은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개 모두 순매수
대형주 중심 저가 매수 투자
“떨어진다고 사기에 부담스런 시점”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외국인투자자들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국내 증시를 순매수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이들이 외면한 종목 매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주가가 내려간 대형주를 저가 매수하는 투자 전략, 이른바 ‘빈집털이’다.
다만 한국시간으로 2일 새벽에 발표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시기를 둘러싼 경제 여건은 회의적이다. 금리 등 대외경제 여건이 증시 불안 요인인데다 1분기 상장사 절반이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했지만 실적에 따른 상승 흐름도 정체다. 전문가들은 5월 국내 증시를 박스권 내지 낮은 폭 상승이라 전망하면서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빈집털이 전략을 조언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코스피 종목은 LG화학으로 1조3161억 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이어 ▷삼성SDI(9801억원) ▷네이버(9509억원) ▷POSCO홀딩스(4336억원) ▷오리온(3407억원) ▷LG생활건강(2187억원) ▷삼성E&A(1657억원) ▷한미반도체(1638억원) ▷호텔신라(1481억원) ▷HD현대미포(1430억원) 순으로 순매도했다. 상위 5개 중 이차전지주가 3개 이름을 올렸고, 필수소비재 종목 2개도 10위권을 차지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역대급’으로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지만 옥석가리기를 하며 해당 종목을 팔아치운 것이다. 외국인은 올해에만 18조713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통계를 제공하는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규모가 컸던 지난해(10조9255억원)보다 8조 원가량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개인은 외국인이 판 상위 10개 종목 모두를 순매수했다. 개인은 올해 외인이 내다판 이차전지주를 모두 사들였다. LG화학을 6899억원, 삼성SDI 8598억원, POSCO홀딩스를 3525억원어치 각각 순매수했다. 세 종목 모두 1년 전 고점 대비 올해 주가가 ‘반토막’나면서 저가매수로 풀이된다. LG화학은 1년 전 고점(74만6000원) 대비 올해(37만2000원․4월23일) 50.31%로 줄었다. 삼성SDI는 고점(74만2000원) 대비 올해(34만7500원) 49.87% 감소했고, POSCO홀딩스도 43.62% 떨어졌다. 이외 상위 10개 종목들도 모두 주가가 하락하면서 매수세를 보였다,
빈집털이 전략은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도한 대형주를 사들이는 투자법이다. 금리 등 매크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결국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기관의 순매수가 재개될 것이란 판단 하에, 매도 공백이 생긴 대형주를 매수하는 것이다. 기관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HD현대일렉트릭·두산로보틱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삼성물산·SK이노베이션·기아·한화솔루션)중 개인은 6종목에 매도 우위를 보였다. ▷SK하이닉스 ▷네이버 ▷HD현대일렉트릭 ▷두산로보틱스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이다. 특히 네이버는 1조6621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5월 증시는 대외여건 불안정으로 인한 추가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가와 환율 안정화에도 금리 변동성이 우려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신중한 빈집털이를 조언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금리하락이 절대적으로 필요,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반도체를 제외한 이익모멘텀은 정체 흐름이다”고 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당분간 계속 박스권으로 움직일 거라 예상된다. 지금은 떨어진다고 바로 사기에 부담스러워진 시점이다”며 ”금리 인하도 뒤로 밀린 상황인 만큼 적당선을 지켜보다 매수하는 게 트레이딩 전략으로서는 당분간 낫다고 판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