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준금리 인하 기대 ‘뚝’…채권금리 급등
은행채 금리 4% 육박…주담대 금리 상승 압박
은행권 “금리 인하 여유 없어…채권 따라 변동”
매파적 신호 지속…올해 기준금리 동결 전망도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며 올해 첫 4%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은행권 평균 주담대 금리보다도 높다.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금리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 우려는 완화됐지만 채권 시장의 금리는 상방 압력이 더 큰 상태다. 17일(현지시간) 발간한 미 경제동향 ‘베이지북’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말 이후 처음으로 평균 3%대로 내려온 국내 주담대 금리가 다시 오를 것이란 우려도 번지고 있다.
미국發 채권금리 상승…은행채 금리 ‘4%대’ 진입 목전
1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5년, AAA) 금리는 16일 기준 3.9%로 이달 초(3.737%)와 비교해 0.163%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일평균 1bp(0.01%)가량의 빠른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이같은 추이가 지속될 경우, 지난해 12월 13일(4.046%) 이후 약 넉 달 만에 4%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는 글로벌 채권금리를 좌우하는 미 국채금리 상승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669%로 상승 마감했다. 이달만 0.459%포인트가량 치솟은 결과다. 이날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5%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애초 늦어도 올 6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채권시장은 전반적인 하향 안정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달 10일(현지시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존 전망치를 웃돌고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시기 지연을 시사하면서 상황은 반전했다.
대출금리 상승 이어진다…은행권 “금리 낮출 여유 없어”
문제는 채권금리가 오르면 국내 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더 커진다는 데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는 올해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새로 취급한 주담대 금리는 평균 3.98%로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2021년 12월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채권금리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경우, 3%대 금리 수준은 유지되기 어렵다. 은행권의 자금조달 비용이 점차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권은 주담대 고정금리에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등 최저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원가보다 싼 제품을 팔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도 금리를 올려 수요를 조절하는 안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의 채권 금리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지난 2월 말 이후 전반적으로 확장세를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굳이 경기 부양을 이유로 금리를 다급히 내릴 이유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 쪽에서는 주담대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금리가 즉각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