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선인 총회, 지도체제 논의만…“경제 정책은 정책 당국이”
野 총선 후 특검 강행 의지…5월 본회의 일정 협의 난항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제22대 총선 후 여야는 한 목소리로 민생·경제를 외치고 있다. 그만큼 대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환율과 물가가 치솟으며 자산시장 불확실성과 민생경제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한 요즘이다.
하지만 여야의 행동은 민생보다 정치 현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과반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의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차기 지도체제에만 관심이 쏠린 모양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민의힘 당선인 총회에 참석자 가운데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공개발언 외에 비공개 발언에서 경제상황 대한 진단과 대안 등을 언급한 당선인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권을 얻은 당선인 대부분은 총선 참패 원인과 향후 지도체제 등에 대한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에는 당선인 108명 가운데 99명이 참석했고, 발언을 한 사람은 8명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총회를 마치며 ‘다섯가지 다짐’을 담은 결의문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당면한 민생과제에 책임있게 대응한다’라는 문구가 포함됐지만, 실제 총회 참석자들의 인식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있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관료 출신인 한 국민의힘 당선인은 총회 후 헤럴드경제에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해서는)정책 당국이 책임감 있게 정책을 해야지 국회에서 할 일은 딱히 없다”며 “환율도 올랐다가 내렸다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환율은 역대 네번째로 1400원을 찍으며 자금 유출에 경고등을 켰다. 원화 값과 코스피 지수 그리고 국채가 동시에 급락하는 ‘트리플 악재’ 상황이다. 환율과 연동해 물가와 금리가 치솟으며 민생경제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5월 초 본회의를 개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채상병 특검법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인 만큼 관련 수사가 부실하거나 미진할 경우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대 국회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다음 달 본회의에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해당 법안들은 임기만료로 폐기된다.
한국선거학회장을 지낸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총선의 민심은) 민생을 못 챙겼다는 심판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며 “채상병 특검도 중요한 현안이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특검법을 갖고 나오면 민생과 멀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