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일본 공장 건설…현지 기대감↑
日, 직원 주택부터 식품 소비 등 파급 효과
우리나라도 해외기업 유치 선언…성과 미미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미국과 일본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 덕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TSMC가 미국과 일본에 신규 생산시설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다.
현지에서는 지역경제에 가져올 파급효과에 시선이 쏠려 있다. 직접적인 고용창출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 직원들이 거주할 주택 건설부터 식품 소비 등에 이르기까지 부수적인 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우리나라 정부도 국내에 조성할 반도체 클러스터에 해외 유명 반도체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TSMC 덕분에 활기를 띠고 있는 미국과 일본 중소 도시들의 사례를 볼 때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테이코쿠 데이터뱅크는 지난 10일 ‘TSMC 일본 공장 진출 관련 거래처 조사’라는 보고서를 통해 TSMC 공장 건설에 따른 일본 현지 파급효과를 소개했다. 앞서 TSMC는 지난 2월 일본 남서부에 위치한 규슈 구마모토현 기쿠요 지역의 양배추 밭에 첫 번째 공장을 준공했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는 공장 근로자 증가로 해당 지역에서 생필품 및 식품 소비가 늘고, 인력 파견 및 소개가 활성화하는 등 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분석했다. 관련 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TSMC 관련 현지 거래기업 수는 427개사에서 471개사로 10.3% 증가했다. 관동 지역(194개사→229개사)에서는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들이, 규슈 지역(147개사→153개사)에서는 플랜트 건설, 폐수처리, 클린룸 용품 업체들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9일 TSMC의 일본 내 파급 효과를 상세히 다뤘다. 1공장을 건설하는 기간 화학회사들과 장비업체들이 앞다퉈 몰려들어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가격과 물가도 올라 일부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 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구마모토현에 1공장의 1.5배 규모인 2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말 착공해 2027년 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1공장에서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2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1공장에 4760억엔(4조28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2공장 건설에도 7300억엔(약 6조56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화답했다.
일본 못지 않게 미국에서도 TSMC의 통 큰 투자에 연일 들썩이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66억 달러(약 9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TSMC가 미국 반도체 공장을 3개에서 6개로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하기로 한 공장은 3개다. 그러나 대만 자유시보는 TSMC가 피닉스에 확보한 공장 부지가 1100에이커(4.452㎢)에 이른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이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공장 6개를 지을 수 있는 넓이다.
현재 건설 중인 1공장은 내년 상반기 4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 반도체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2공장과 3공장은 각각 2028년, 2030년 2㎚급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TSMC가 세 공장 구축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650억달러(약 89조원)에 달한다.
현지 매체인 피닉스 비즈 저널은 애리조나 역사상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 중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TSMC 공장 덕분에 생기는 일자리는 6000개다. 이달 기준 고용 인원은 2200명 수준이다. 아울러 숙련된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TSMC가 5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밝히는 등 미국 현지 지역사회와 더욱 밀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해외 반도체 기업의 국내 투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삼성전자와 함께 1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R&D 센터를 짓고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했으나 이후 뚜렷한 성과는 없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시 현금지원 규모를 지난해 500억원 수준에서 4배 늘려 올해 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반도체 검사를 비롯해 세정·식각 등의 부문에서 글로벌 상위 10위 안에 드는 반도체 기업을 유치해 반도체 클러스터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