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사퇴로 또 지도부 공백…윤재옥, 이르면 14일 메시지
여권 내 ‘실무형 비대위-6말7초 전당대회’ 부상
나경원·윤상현·김태호 등 수도권 중진 거론
안철수는 불출마 의사…“尹정부 동안 의원직만”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22대 총선 참패를 겪은 국민의힘이 또 다시 지도부 공백 체제를 맞았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가 예상된다. ‘비대위의 비대위’ 구성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이 동시에 나오는 가운데, 여권에선 “‘실무형 비대위’를 통한 내부 혼란 수습이 우선”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이르면 6월 말에서 7월 초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윤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 출근하는 대신 당사에 머무르며 당 수습과 관련한 의견 수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내대표는 이르면 오는 14일쯤 관련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중 열릴 것으로 알려진 22대 총선 당선자총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만큼 당선자총회에서 (차기 지도부 체제 관련) 결론이 나기보다, 22대 당선자들의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날 한 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직후 여권에서는 지도부 공백 사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당장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서울 동작을)·권영세(용산)·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과 4선에 성공한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 등 생환한 수도권 다선 중진을 중심으로 조기 전대를 치를 가능성이 나왔다. 다만 이번 총선 유권자들이 야권의 ‘정권심판론’ 손을 들어준 만큼, 조기 전대 과정에서 당정 갈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기 전대 개최 시) 그동안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과 혁신에 대한 메시지들이 쏟아질텐데, 이것이 오히려 당정 갈등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내부적으로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21대 국회를 마무리하고, 22대 국회 개원 이후 전대 개최를 준비할 ‘실무형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야권이 남은 21대 국회 기간 여권을 겨냥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밀어붙일 수 있는 데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후임 인준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도 새로 선출해야 하는데, 당대표 선거까지 겹치면 22대 국회 초기에 당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진다”며 “일단 비대위로 당을 추스르고, 개원 한두 달 뒤에 전대를 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빠르면 6월 말에도 전대 개최가 가능한데, 그때까지 당을 충분히 안정시킬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차기 당권주자로는 나경원·윤상현·안철수·김태호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 당의 요청에 따라 낙동강벨트에서도 최대 격전지였던 양산을에 출마, 4선으로 생환하게 됐다. 안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에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국회의원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당권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5선에 성공한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과 3선에 오른 ‘찐윤’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나온다. 권 의원은 지난해 3·8 전대 출마를 고려했으나 불출마를 택한 바 있다. 그러나 차기 당권에서 친윤 주자가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또 다시 관리형 지도부가 된다면 지방선거를 포함해 다음 기회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다음 전대는 작년과 다르다”며 “지금은 당에 친윤계 의원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