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양 방산 분야 전시회서 방한 소감 전해
“韓日 등 협력 통해 美조선업 위기 극복해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We were floored).”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함정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해군의 무기 조달과 예산을 책임지는 해군성 장관이 한국 조선업 역량이 놀라웠다고 평가하며 동맹국과의 조선 협력을 강조했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유치, 나아가 현지 조선소 확보까지 양국 간 협력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ea Air Space 2024) 기조연설에서 “한국에 갔을 때 선박 건조 공정의 디지털화 수준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놀랐다”고 밝혔다. 앞서 델 토로 장관은 올해 2월 방한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둘러본 바 있다.
델 토로 장관은 “한국 경영진은 선박이 언제 인도될지 날짜까지 알려줄 수 있었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당시에도 꾸준히 적기에 선박을 인도해 왔다는 점에 특히 놀라움을 표했다. 이는 미국 조선소의 함정 건조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미 해군의 올해 초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신규 함정의 인도 시기는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 기술 수준보다 수십 년 뒤처진 조선소에서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군함을 건조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시간과 인력, 세금을 필요로 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며 “21세기 경쟁업체와 보조를 맞추기에 전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조선업 현장을 함께 둘러봤던 델 토로 장관은 “한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고품질 선박을 건조한다”면서 동맹국과의 협력이 미국 조선업 위기를 이겨낼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자회사를 설립하고 상업용 조선소에 투자할 최첨단 조선업체를 유치할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 토로 장관은 앞서 한국 조선소 방문 당시에도 미국 내 문을 닫은 조선소가 많다며 우리 기업의 미국 내 상업·해군 조선 시설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는 미 해군 함정에 대한 MRO 사업 관련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조선 시설을 확보하면 향후 신조 시장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행법상 안보, 자국 조선업 보호 등을 이유로 해외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자국 조선업 쇠퇴로 문호를 열 여지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인 MSRA를 신청해 올해 초 야드 실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도 MRO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기술이전, 근접지원센터 등을 포함한 종합 MRO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특히 지난해 말 미국 현지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이는 북미 조선소 인수 등을 통해 생산 거점을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도 해외에 조선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