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기술검증 마치고
올해부터 실전에 본격 투입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금융서비스에 접목하고자 하는 은행권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장들이 비용 고민에 빠졌다. 생성형 AI가 금융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지만, 그에 뒤따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생성형 AI가 기술 검증을 마치고 ‘AI 은행원’ 등의 형태로 실전에 도입되는 만큼, 은행장들은 직접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볼 예정이다.
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지주계열 5대 시중은행장 및 광주은행장·은행연합회장과 만나 간담회를 가지고 은행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은행장들은 생성형 AI 도입에 대한 비용 관련 고민을 서로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생성형 AI 연구 및 투자·개발에 큰 규모의 비용이 들지만,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아직 제대로 분석 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환경에 있어 AI 등도 도입하려고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생성형 AI 도입 등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도 상세한 분석이 필요해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은행권은 생성형AI를 은행 서비스에 직접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핵심 축으로 삼고 전방위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활성화되고 디지털전환까지 맞물리면서 AI 서비스가 거스를 수 없는 주요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까지 생성형AI에 대한 기술검증을 마치고 올해부터는 대고객 서비스에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생성형AI로 금융권 AI기반 서비스경쟁 격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은행은 올해부터 생성형AI를 접목시킨 가상은행원을 모바일앱 및 점포에 구현할 예정이다. 기존에 AI로 구현 가능했던 거래 조회 및 송금·이체 말고도 더 복잡한 상품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 형태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하나은행 데이터·제휴본부와 하나금융융합기술원 등이 주도해 금융 분야에 특화된 자체 버티컬 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AI 도입에 대한 효과·효능을 직접 분석해봐야 한다는 게 당국과 은행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국은 올해부터 ‘미래대응금융 TF’를 발족하고, 이중에서도 기술TF를 통해 첨단 디지털 기술과 금융의 융복합을 위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김 위원장과 은행장들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선 이 외에도 해외진출, 저성장·고령화사회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다각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방은행의 대표로 참석한 광주은행은 지방에 위치한 기업들이 침체에 빠져 지방은행 자체적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제사회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생성형 AI, 로봇 등 새로운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전환되고 있고, 기후위기에 대응해 전 세계가 빠르게 탄소중립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주택담보대출 위주 자산운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