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1조원 돌파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증가
시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투자
신사업 매출 비중 높이기 위한 전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업황 부진에도 사상 최대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에 맞서 차별화 전략으로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소재 등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제외),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 4사는 지난해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LG화학 연구개발비는 1조440억원이다. 연구개발비가 1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연구개발비는 각각 2150억원, 1200억원, 630억원이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LG화학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약 4%로 전년 대비 1%포인트 증가했다. 2022년 2%대 초반에 머물렀던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2.94%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0.74% → 1%), 롯데케미칼(0.47% → 0.6%)의 연구개발비 비중도 소폭 증가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황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자 주요 자회사 및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필름 사업 중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생산기지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무산된 파키스탄법인 매각은 연내 재추진할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부터 운영한 중국 라텍스 합작공장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이유는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실적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사업 비중을 줄이고 신사업 매출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주총에서 석유화학 업체 최고경영자(CEO)들 모두 신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현재 시황은 좋지 않지만, 3대 신성장동력(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투자는 지속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탄소나노튜브(CNT)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 이상인 6100t으로 확대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강도를 자랑하는 차세대 소재이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스페셜티 소재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6일 열린 주총에서는 청정수소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올해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목표를 작년보다 공격적으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3대 신성장 사업으로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스페셜티 소재 등을 꼽고 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핵심 역량을 공고히 해 신사업 성공 확률을 더욱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화솔루션은 가성소다를 주목하고 있다. 가성소다는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정에서 불순물 제거를 위해 사용된다. 한화솔루션은 가성소다 연산 생산능력을 현재 84만2000t에서 111만t까지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는 “올해 말 가동 예정인 가성소다 증설 설비로 이차전지 시장 선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