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기대가 크다.”(젠슨 황 엔비디아 CEO)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한 마디가 20일 장 초반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49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7% 상승한 7만38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주가 상승세는 황 CEO의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언급의 영향이 큰 것으로 증권가에선 분석하고 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4’ 둘째 날인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시그니아 바이 힐튼 호텔에서 전 세계 미디어와 간담회를 갖고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삼성의 HBM을 사용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 테스트하고(qualifying)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HBM3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5세대인 HBM3E D램을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황 CEO는 “HBM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며, 기술적인 기적(technological miracle)과도 같다”며 이런 기술을 구축하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를 에둘러 치켜세웠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정기 주총에 상정되는 주요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의 안건 등이다. 관심이 집중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 주총에서 논의되지 않을 예정이다.
주총 현장에선 지지부진한 주가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가 회사 차원에서 주주환원이나 추후 회사 경영 등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증권가에선 당장 올해 1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4조7989억원으로 전년 동기(6402억원) 대비 649.59% 폭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1주 전 컨센서스(4조6812억원)에 비해서도 상승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4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하는 것은 2022년 4분기(4조3100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특히, 1분기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흑자로 전환될 것이란 데 증권가에선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시장에서 약 4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D램과 낸드(NAND)의 판매 가격이 점차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기대보다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1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 판매가격 상승률은 D램이 18%, 낸드는 29%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약진도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부터 8단 HBM3E(5세대)를 출하할 예정이다. HBM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열풍에 따라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고부가가치 반도체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성능이 높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한 SK하이닉스와 점유율 경쟁에서 밀려왔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초기 의사결정은 늦었지만,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경쟁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아직 8단 HBM3E 제품 출하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벌써 12단 제품에 대한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8단 제품 매출액은 하반기 중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9만4348원에 이른다.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31.22%에 이른다. 올 들어 미래에셋증권(10만5000원)을 비롯해 SK·메리츠·하나증권(10만원) 등 4개 증권사가 ‘10만전자’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