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증가...LIG넥스원 56.61%
“중장기 추가 동력 키워드 ‘중동붐’”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형 방산주(株) 주가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대외적으론 2년 넘게 지속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장기화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대화되며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 방산주의 호실적 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이를 도와줄 법령 개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7개 방산주의 시총 합산액은 34조2895억원으로 한달 전(28조1136억원)에 비해 6조1759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감률로는 18.01%에 이른다.
일명 ‘방산 7대장’ 중 주가 상승폭이 가장 두드러졌던 종목은 LIG넥스원이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56.61%에 달한다. 전날 종가 기준 17만7600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2월 이후 LIG넥스원 주가는 단 이틀(2월 20·23일)을 제외한 나머지 21거래일 간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26일 이후 8거래일 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LIG넥스원의 주가를 이끌고 있는 것은 ‘천궁-Ⅱ’ 등으로 유도무기에 대한 해외 관심이 대규모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59.7% 증가한 19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으로 예정된 미국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로 인해 ‘로봇 기업’으로도 재평가됐다는 점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시총 최상위 ‘방산 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최근 1개월 간 주가가 50.38%나 상승했다.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론 20만4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를 끌어 올린 것도 결국은 수출이다. 최근 폴란드와 맺은 K-9 자주포, 천무 계약이 대거 실적에 반영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8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3% 급증했다. 지상방산 사업 부문 수주잔액도 총 28조3000억원으로 43% 늘었다. 이 중 수출 물량이 70%에 달한다.
이 밖에 한화시스템(17.77%), 풍산(17.45%), 현대로템(10.54%) 등의 주가가 최근 1개월 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한국항공우주(7.98%) 역시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오션만 0.66% 주가가 떨어졌다.
종목별 강세에 힘입어 국내 대표 방산 상장지수펀드(ETF)인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의 최근 1개월 수익률도 18.52%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 방산주 전반엔 훈풍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23일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수은법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해 초대형 수주 사업이 많은 방산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번 개정안을 통해 방산업체의 수출계약 체결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산재한 상태다.
당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의 폴란드향(向) K-9 자주포, K-2 전차 등의 2차 계약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규모 영업이익이란 기록이 쏟아진 데다, 2024~2025년 예상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도 방산주 주가엔 호재다.
세계 최대 방산 수입 지역인 중동 시장의 문이 더 넓어졌다는 점이 중장기적으로 호재란 분석도 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정부가 중동 지역에 대한 무기체계 수출 금지 정책을 해제함으로써 독일제(製) 파워팩에 의존 중인 K-9 자주포와 K-2 전차도 수출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파워팩 국산화 작업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확실한 ‘플러스 알파’ 시장인 중동 진출에 대한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