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산 될라” 15년 잘 가꿔왔는데…등산객 몰려드는 북한산길 [지구, 뭐래?]
북한산국립공원 플로깅 [유튜브 스타스포츠]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북한산 마지막 남은 우이령길마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유일하게 사전에 예약해야 탐방할 수 있었던 우이령길이 개방됐다. 지역 경제 활성화, 북한산 내 다른 구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개방 요구가 이어졌던 결과다. 그러나 오랜 기간 탐방 인원을 제한하며 가꿔온 우이령길의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4일부터 북한산국립공원의 우이령길이 주중 전면 개방됐다. 그동안 이곳은 1일 탐방객을 1190명으로 제한하는 ‘탐방예약제’로 운영돼 왔다. 다만 주말과 성수기인 9~11월에는 기존과 같이 사전 예약을 받는다.

“쓰레기산 될라” 15년 잘 가꿔왔는데…등산객 몰려드는 북한산길 [지구, 뭐래?]
[북한산국립공원 유튜브]

우이령길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과 서울 강북구를 잇는 6.8㎞ 길이의 비포장도로다. 1968년 북한 공작원들이 침투했던 탓에 약 40년 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 왔다. 2009년 7월 부분 개방된 이후 지난 3일까지 탐방객을 제한해 왔다.

이처럼 통행이 꽤 오래 제한돼왔던 덕에 우이령길은 수도권은 물론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도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될 수 있었다.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우이령길은 나무 나이가 41~50살(5영급 이상) 이상인 면적과 입목 밀도가 북한산 전체 대비 높다. 또한 신갈나무군락 등 활엽수림 면적도46%로, 활엽수림이 우점해 있다.

“쓰레기산 될라” 15년 잘 가꿔왔는데…등산객 몰려드는 북한산길 [지구, 뭐래?]
[북한산국립공원 유튜브]

맹꽁이와 소쩍새, 까막딱따구리 등 멸종위기종들도 우이령길에 자리잡았다. 북한산 전체 대비 우이령길의 생물다양성이 20% 높았다. 북한산 전체 법정보호종 28종 중 13종(46%)이 살아가고 있다.

이곳이 전면 개방된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산국립공원은 모든 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다. 2022년 국립공원 탐방객 3879만3952명 중 670만861명(17.2%)이 북한산국립공원을 찾을 정도다.

탐방객이 많은 만큼 북한산국립공원은 쓰레기도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공원 중에서 육상 쓰레기가 지리산 다음으로 많이 나온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처리된 쓰레기는 ▷2018년 86t ▷2019년 83t ▷2020년 93.87t ▷2021년 90.21t ▷2022년 79.52t으로 한동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쓰레기산 될라” 15년 잘 가꿔왔는데…등산객 몰려드는 북한산길 [지구, 뭐래?]
[북한산국립공원 유튜브]

무엇보다 우이령길은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서쪽의 북한산과 동쪽의 도봉산의 경계로, 이곳에 인적이 많아지면 북한산국립공원의 생태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우이령길의 생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개방된 건 지역의 개방 요구에 따라서다. 지난해 9월 5일 열린 우이령길협의회 1차 회의에서 최계정 양주시청 자치행정과장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왜 우이령길만 강력하게 보전·관리해야 하는지 지방자치단체로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환경단체 ‘산과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의 윤여창 회장은 “북한산은 전 국립공원 중 탐방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며 우이령길을 제외한 96개 탐방로는 이미 생태적 수용량을 초과했다”고 반박했다.

“쓰레기산 될라” 15년 잘 가꿔왔는데…등산객 몰려드는 북한산길 [지구, 뭐래?]
북한산우이령길 [국립공원연구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우이령길을 개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국립공원연구원이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탐방예약제 유지’ 의견이 77.5%로 높았다. ‘우이령길만 탐방예약제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응답은 19.6%로, ‘불공평하지 않다’(46.8%)의 절반 이하였다.

우이령사람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평일 전면 개방은 성급한 결정”이라며 “전국 21개 국립공원 32개구간에서 탐방예약제 시행 중인데, 우이령길 개방은 탐방예약제 근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쓰레기산 될라” 15년 잘 가꿔왔는데…등산객 몰려드는 북한산길 [지구, 뭐래?]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 평일 전면 개방이 시작된 4일 북한산국립공원우이분소에서 환경단체 ‘산과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우이령사람들 제공]

실제 주중 개방 첫날인 이날 평소보다 많은 탐방객들이 우이령길을 찾았다. 국립공원공단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17시 기준 521명이 서울 강북구 우이우이령길 입구을 통해 입장했다. 경기 양주 교현우이령길 입구로 들어간 탐방객까지 고려하면 이날 탐방객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5년 간 우이령길 평균 탐방객 수는 약 292명으로 1일 정원 1190명 중 24.5%의 이용률을 보였다. 이마저 2018년 6만9995명에서 2022년 14만7544명으로 5년 새 배 이상 늘어났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기존에는 산을 넘어가는 탐방객들만 예약했다면 이제는 입구까지만 가는 탐방객들도 있어 인원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쓰레기산 될라” 15년 잘 가꿔왔는데…등산객 몰려드는 북한산길 [지구,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