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북한산 마지막 남은 우이령길마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유일하게 사전에 예약해야 탐방할 수 있었던 우이령길이 개방됐다. 지역 경제 활성화, 북한산 내 다른 구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개방 요구가 이어졌던 결과다. 그러나 오랜 기간 탐방 인원을 제한하며 가꿔온 우이령길의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4일부터 북한산국립공원의 우이령길이 주중 전면 개방됐다. 그동안 이곳은 1일 탐방객을 1190명으로 제한하는 ‘탐방예약제’로 운영돼 왔다. 다만 주말과 성수기인 9~11월에는 기존과 같이 사전 예약을 받는다.
우이령길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과 서울 강북구를 잇는 6.8㎞ 길이의 비포장도로다. 1968년 북한 공작원들이 침투했던 탓에 약 40년 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 왔다. 2009년 7월 부분 개방된 이후 지난 3일까지 탐방객을 제한해 왔다.
이처럼 통행이 꽤 오래 제한돼왔던 덕에 우이령길은 수도권은 물론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도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될 수 있었다.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우이령길은 나무 나이가 41~50살(5영급 이상) 이상인 면적과 입목 밀도가 북한산 전체 대비 높다. 또한 신갈나무군락 등 활엽수림 면적도46%로, 활엽수림이 우점해 있다.
맹꽁이와 소쩍새, 까막딱따구리 등 멸종위기종들도 우이령길에 자리잡았다. 북한산 전체 대비 우이령길의 생물다양성이 20% 높았다. 북한산 전체 법정보호종 28종 중 13종(46%)이 살아가고 있다.
이곳이 전면 개방된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산국립공원은 모든 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다. 2022년 국립공원 탐방객 3879만3952명 중 670만861명(17.2%)이 북한산국립공원을 찾을 정도다.
탐방객이 많은 만큼 북한산국립공원은 쓰레기도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공원 중에서 육상 쓰레기가 지리산 다음으로 많이 나온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처리된 쓰레기는 ▷2018년 86t ▷2019년 83t ▷2020년 93.87t ▷2021년 90.21t ▷2022년 79.52t으로 한동안 증가 추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우이령길은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서쪽의 북한산과 동쪽의 도봉산의 경계로, 이곳에 인적이 많아지면 북한산국립공원의 생태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우이령길의 생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개방된 건 지역의 개방 요구에 따라서다. 지난해 9월 5일 열린 우이령길협의회 1차 회의에서 최계정 양주시청 자치행정과장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왜 우이령길만 강력하게 보전·관리해야 하는지 지방자치단체로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환경단체 ‘산과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의 윤여창 회장은 “북한산은 전 국립공원 중 탐방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며 우이령길을 제외한 96개 탐방로는 이미 생태적 수용량을 초과했다”고 반박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우이령길을 개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국립공원연구원이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탐방예약제 유지’ 의견이 77.5%로 높았다. ‘우이령길만 탐방예약제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응답은 19.6%로, ‘불공평하지 않다’(46.8%)의 절반 이하였다.
우이령사람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평일 전면 개방은 성급한 결정”이라며 “전국 21개 국립공원 32개구간에서 탐방예약제 시행 중인데, 우이령길 개방은 탐방예약제 근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주중 개방 첫날인 이날 평소보다 많은 탐방객들이 우이령길을 찾았다. 국립공원공단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17시 기준 521명이 서울 강북구 우이우이령길 입구을 통해 입장했다. 경기 양주 교현우이령길 입구로 들어간 탐방객까지 고려하면 이날 탐방객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5년 간 우이령길 평균 탐방객 수는 약 292명으로 1일 정원 1190명 중 24.5%의 이용률을 보였다. 이마저 2018년 6만9995명에서 2022년 14만7544명으로 5년 새 배 이상 늘어났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기존에는 산을 넘어가는 탐방객들만 예약했다면 이제는 입구까지만 가는 탐방객들도 있어 인원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