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민주당 잔류 시사에 정치권 촉각
홍영표·설훈 등 세력화 탈당 여전히 논의 중
새로운미래 “임종석 빼고 가는 방향으로”
향후 임종석 역활론 주목, 선대위원장 가능성
[헤럴드경제=이승환·최은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은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친문(친문재인계) 구심점’으로 불리는 임 전 실장이 서울 중·성동갑에서 컷오프되면서 ‘문명(이재명계·문재인계) 충돌’이 격화됐다. 임 전 실장의 ‘공천 재심’ 요구가 무산된 후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회동하며 민주당 탈당이 점쳐졌던 임 전 실장이 당에 잔류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임 전 실장과 함께 ‘탈당 세력화’에 나섰던 비명계 의원들의 동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이날 임 전 실장이 직접 본인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대외적으로 공개한 입장은 단 한 문장이다.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의 이날 입장을 두고 ‘민주당 잔류’라는 분석이 많다.
비명계 설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이)결국 탈당할 거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생각의 방향을 바꾼 거 같다”며 “민주당 내에서도 바로잡을 사림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공동대표와 이 전 실장의 만남으로 이 전 실장의 합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새로운미래에서도 임 전 실장이 민주당에 잔류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새로운미래 한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앞으로 임 전 실장을 빼고 가는 걸로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임 전 실장이 민주당에 잔류할 경우 그간 당의 공천에 반발하며 탈당을 시사해온 비명계 의원들의 세력화에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까지도 임 전 실장은 자신의 재심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임 전 실장의 탈당 시사는 홍영표, 설훈 의원 등 공천에 반발한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 움직임의 동력이 됐다. 당내 일각에서는 기존에 탈당한 의원들을 합쳐 총 1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최종적으로 탈당 후 연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이 사실상 ‘당 잔류’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집단 탈당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홍 의원과 설 의원은 개별적인 탈당보다는 임 전 실장과 함께 가칭 민주연대라는 결사체를 꾸려 탈당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민주연대는)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현역 탈당은) 많지는 않겠지만 현역 말고도 이번에 무도한 공천 과정에서 기회도 못 가져보고 억울하게 타락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당하고 민주연대로 힘을 모으게 되면 (새로운미래 등)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을 넓게 모으는 것은 정치에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정치권 관심은 임 전 실장의 역할론에 쏠린다. 당의 결정을 수용한 임 전 실장이 선거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지다.
당내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이재명 대표와 투톱으로 당의 전략을 총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계파갈등 중심으로 공천 논란이 확산된 상황을 수습하고 이른바 ‘명문 정당’의 복원을 위한 방안이다. 당장 중·성동갑에 전략공천된 전현희 민주당 후보는 임 전 실장에게 자신의 지역구 선대위원장을 제안했다.
전 후보는 “(임 전 실장이)정말 어려운 결단을 해주셨다”며 “이번 서울 중·성동갑 선거에서 수락해 주시면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함께 힘을 모아서 원팀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