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확장현실 동맹 구축 주력 평가

윤 대통령 만나 TSMC 의존도 문제 언급

AI 칩 확보 위해 삼성과 협력 강화 강조

LG 비롯 콘텐츠사와 XR 기기 협력 기대

떠들썩했던 10년 만의 한국 방문…‘저커버그 효과’ 얼마나 있을까 [세모금]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SNS]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10년 만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떠난 이후 국내에선 앞으로 ‘저커버그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2박3일 간의 방한이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산업 지형의 격변 속에서 이뤄진 만큼 향후 국내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저커버그 CEO가 지난 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직접 언급한 점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높아진 점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에 재차 힘이 실렸다.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0%를 훌쩍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해, 퀄컴, AMD, 엔비디아 등 굵직한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떠들썩했던 10년 만의 한국 방문…‘저커버그 효과’ 얼마나 있을까 [세모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점유율은 57.9%다. 2위 삼성전자(12.4%)와의 격차를 44.7%포인트에서 45.5%포인트로 더 벌렸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AI 반도체 특수 속에 당분간 TSMC의 독주가 지속돼 시장점유율이 전년 대비 3%포인트 오른 6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에서 1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TSMC의 본거지인 대만과 중국 간의 지속되는 긴장관계는 늘 변수로 지목돼 왔다. 저커버그 CEO의 발언도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저커버그 CEO가 원활한 AI 반도체 확보를 위해 TSMC-엔비디아 중심 구도에서 벗어날 것으로 반도체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업체들은 AI 시장의 선제적 주도권을 잡고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 탈피를 위해 자체 AI 칩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며 “메타와 삼성전자 협력은 2013~2014년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에서 2024년 AI로, 10년 만에 하드웨어 (HW)에서 인공지능(AI)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떠들썩했던 10년 만의 한국 방문…‘저커버그 효과’ 얼마나 있을까 [세모금]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혼합현실(MR)기기 퀘스트3를 착용한 모습. [마크 저커버그 SNS]

저커버그 CEO도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삼성이 파운드리 거대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이러한 부분들이 삼성과의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 CEO는 이번 방한을 통해 AI 뿐만 아니라 XR 부문에서도 연합전선 구축에 주력했다. LG전자와 손잡고 이르면 2025년 XR 기기 출시를 약속한 것이 대표적이다.

확장현실로 불리는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장점을 결합한 기술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말 최신 MR 기기인 ‘퀘스트3’를 출시하며 애플의 MR 기기 ‘비전프로’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는 ‘퀘스트’를 머리에 착용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며 XR 사업에 의지를 보여왔다.

떠들썩했던 10년 만의 한국 방문…‘저커버그 효과’ 얼마나 있을까 [세모금]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개발자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국내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메타 웹사이트 캡처]

XR 기기는 눈 앞에 더욱 현실감 있는 화면을 제공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패널과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 같은 고도의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관점에서 저커버그 방한 수혜 기업으로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등을 꼽았다.

뿐만 아니라 XR 기기를 계속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도 관건으로 꼽힌다. 저커버그 CEO는 이번 방한에서 삼성, LG 외에 국내 VR 콘텐츠 스타트업도 만나 주목을 받았다.

지난 달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찬 전에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 사무실에 들른 저커버그 CEO는 VR 콘텐츠 기업인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와 스토익엔터테인먼트 등의 대표들과 만나 메타의 기술적 방향성을 설명하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국내 스타트업들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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