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카니발·쏘렌토 하이브리드 ‘신차급’ 중고차, 신차보다 비싸
1월 하이브리드차 비중 월간 기준 사상 첫 30%↑
전기차 시장 ‘할인 경쟁’에 중고차 감가 우려도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중고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실제 출고까지 12개월 가까이 걸리는 일부 하이브리드 모델은 ‘신차급 중고차’가 실제 신차보다 더 비싼 가격에 시세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3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미니밴 카니발과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신차 대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가량 웃돈을 줘야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올라온 매물을 살펴보면 2024년식 4세대 기아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경우 진단 모델 기준으로 주행거리가 1만㎞ 미만인 신차급 모델(시그니처, 그래비티 트림 7·9인승 기준)의 시세가 6300만원에서 690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같은 트림의 신차 가격이 4000만원대 후반에서 5000만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신차급 중고차 가격이 최소 수백만원 이상 더 비싼 셈이다.
실제 카니발 하이브리드 9인승 모델 그래비티 트림의 경우 기본 차량 가격이 4860만원이다. 여기에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이 5828만원으로 늘어나지만, 가장 비싼 동급 중고차 매물 가격(6990만원)과 비교하면 1000만원 가량 더 싸다.
이러한 현상은 하이브리드차의 가파른 수요 증가세가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신규 등록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 대수는 4만5605대다. 이는 전체(14만4026대)의 31.7%에 달하는 수치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월간 기준 3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가격 역전 현상은 수요가 몰리는 일부 차종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모델은 신차급이라고 해도 중고차 가격이 더 싸다”면서도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의 경우 1년 이상 걸리는 대기기간을 기다리지 않고, 중고차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거의 새차와 다름없는 상태인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차가 중고차 시장에서도 잘 달리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가격 방어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이달 초 발표한 ‘2월 중고차 시세’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기차의 전월 대비 시세 하락률은 7.5~8% 수준으로 전체 평균치인 5.93%보다 높다.
일반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차와 비교해 부족한 충전 인프라, 보조금 감소 등 여러 가지 환경 요인에 따른 수요 감소가 중고차 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엔카닷컴이 앞서 지난 1월 전국 2090명을 대상으로 올해 차 구매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를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6.8%에 불과했다. 강태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수석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모두 16만7214대로 전년 대비 4.3% 줄었다. 미국(49%↑), 중국(25%↑), EU(38%↑), 일본(46%↑) 등 주요국 가운데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 제조사 간 할인 경쟁도 중고차 시세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정부 보조금과 별개로 모델별로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에 최대 7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기아는 EV6 300만원, EV9 350만원, 니로 EV 100만원의 제조사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테슬라를 비롯한 일부 수입 전기차 제조사들은 최대 보조금 지원 기준이 되는 찻값인 5500만원에 맞춰 일제히 가격을 낮췄다. 테슬라의 경우 모델Y 판매가격을 기존 5699만원에서 5499만원으로, 폭스바겐은 ID.4의 가격을 56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폴스타는 폴스타2의 가격을 55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낮췄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성능, 충전 인프라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중저가형 전기차 보급으로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단기간에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