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친문계 당권 탈환 선봉장되나
홍영표·윤영찬·송갑석 적극 지원나서
“공천재고 없을 것, 모두가 알고 있다”
“의석수 상관 없다는 李, 친명만 공천”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친문(친문재인)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선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임 전 실장의 ‘컷오프 후 유세 현장’에는 친문계 의원들까지 동행해 지원사격을 했다. 임 전 실장이 ‘친문계 구심점’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임 전 실장이 이번 총선을 넘어 당권을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이 붙는다.
29일 정치권에서는 전날 오후 임 전 실장의 ‘왕십리 유세’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같은 날 오전 컷오프가 결정된 상황에서도 기존과 같이 지역 선거운동을 소화했다. 사실상 당의 결정에 반기를 든 셈이다.
더욱이 유세 현장에는 당 지도부가 아닌 현역 의원들이 함께했다. ‘계파 정치’로 보기 충분한 장면이다. ‘왕십리 유세’에는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윤영찬 의원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최고위원직을 던진 비명계 송갑석 의원이 참석했다. 홍 의원과 송 의원은 선거 운동 뒤 저녁자리도 임 전 실장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지역 사람들과 끝까지 가겠다는 임 전 실장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지역구 내 탄탄한 조직력을 부각해 민주당 공천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컷오프는 임 전 실장을 중심으로 친문계 의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총선 결과와 상관 없이 향후 임 전 실장의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2대 총선 이후 이재명 대표와 임 전 실장 사이에 ‘당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에 “지금은 의원들이 공천을 쥐고 있는 이 대표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지만, 총선에서 패배하면 이 대표 책임론이 일파만파 번질 것”이라며 “임 전 실장과 이 대표가 당권을 두고 싸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은 과대해석이 전혀 아니다. 지금 상황을 봐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의 컷오프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임 전 실장 공천 여부는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반발이 빗발치는 공천 과정에서 최대 뇌관으로 꼽혀왔다. 임 전 실장은 지도부에 컷오프를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고,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은 폭주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는 “탈당은 자유”라는 말과 함께 공천 번복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임 전 실장의 중성동갑 공천을 재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임 전 실장을 포함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임 전 실장은) ‘우리는 탄압 받지만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도 향후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 본인이 동지들과 상의하겠다고 하더라”라며 “(이재명 대표는) 나갈 테면 나가봐라 하는 태도”라고 했다. 이 대표 역시 “새로운미래는 망해가는 민주당의 망명정부”라고 칭하며 총선 이후 친명 지도부가 총선 이후 당권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