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 데이터’ 활용으로 불만…트럼프 반대층 가세
전문가 “데이터 주권 지키는 플랫폼, 경쟁력 커질 것”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이틀 전, 일러스트레이터 최모(27)씨는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던 엑스(X·구 트위터)를 그만두고 ‘블루스카이’로 계정을 옮겼다. 이번 엑스의 이용약관 개정으로 창작물이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에 활용될까 우려해서다. 최씨는 “블루스카이는 데이터 통제권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말을 듣고 옮기기로 결정했다”라며 “아직 엑스에 비해 규모가 작은 플랫폼이지만, 창작물에 대한 권한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라고 했다.
소셜미디어(SNS) 엑스의 대항마로 불리는 블루스카이에 가입자가 급격하게 몰리고 있다. 엑스가 이용자 콘텐츠를 AI 학습 데이터에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반발해 이탈한 이용자들이 블루스카이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반대층이 가세하면서 이탈 규모는 지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28일 ICT(정보통신기술)업계에 따르면, 블루스카이는 이달 이용자 수 2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말 1300만명이던 블루스카이 가입자는 이달 들어서만 700만명 증가했다. 국내 블루스카이 이용자 수도 급증했다. 지난 2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블루스카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59만5588명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137.69% 늘어난 수치다.
블루스카이 이용자 대다수는 엑스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콘텐츠가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것을 꺼려서다. 지난 10월 엑스는 이용약관에 이용자가 게시한 글·그림 등 콘텐츠를 AI 학습 데이터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하고 생성형 AI ‘그록(Grok)’을 개발 중이다.
문제는 해당 내용이 ‘강제 동의’라는 점이다. 이전에는 이용자가 해당 내용에 동의하지 않아도 서비스 사용이 가능했으나, 이번 약관 개정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엑스를 쓸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이달 초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트럼프 당선인 반대자들이 가세해 이탈 규모가 불어났다. 일론 머스크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엑스를 이탈한 이들이 블루스카이를 택한 이유는 플랫폼의 데이터 저장 구조 때문이다. 엑스는 데이터를 특정 회사 내 서버에서 관리해 이동·삭제 등 데이터 통제권이 플랫폼 운영자에게 집중된 ‘중앙 집중식 플랫폼’이다.
반면 블루스카이는 ‘탈중앙화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여러 곳에 분산 저장해 엑스에 비해 이용자의 데이터 통제권이 강하다. 즉, 플랫폼 운영자가 이용자 콘텐츠를 AI 학습 데이터 등에 무단으로 활용하기에 더 복잡하다.
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두고 플랫폼과 이용자 사이의 데이터 주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해석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는 플랫폼 이용자의 데이터 주권 의식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데이터 제공의 보상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플랫폼에 대해 이용자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대중이 플랫폼을 선택할 때 UI(사용자 환경), 이용자 수 외 데이터 주권도 주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단 의미”라며 “앞으로는 이용자의 데이터 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