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 모은다고?” 안 쓰면서 자랑만 하는 텀블러 수집 열풍…다 쓰레기 됩니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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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제 소박한 취미 생활이에요. 50개 모으기가 목표입니다” “물욕이 별로 없는 편인데 텀블러는 하나씩 모으게 되더라고요”

요즘 텀블러 수집이 때아닌 열풍이다. 그것도 세계적으로다. 대표적인 게 스탠리 텀블러. 그 전엔 스타벅스 텀블러 수집도 인기였다.

요즘 주변에서도 천장 가득 텀블러를 수집하는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소소한 취미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더는 소소한 취미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텀블러 수집 열풍이 일면서 그린워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두 번 쓰고 기념품으로 전락하는 텀블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훨씬 환경을 오염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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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잘 나가는 텀블러는 미국의 ‘스탠리’다. 110년 넘은 브랜드지만 불에 탄 차에서도 끄덕 없는 모습이나 유명인들이 사용하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인기가 급증했다. ‘스탠리컵’은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조회수가 수십억회에 육박할 정도다.

이는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졌다. 하나에 4만~6만원 하는 텀블러가 지난해 1000만개 넘게 판매됐다. 스탠리의 지난해 매출은 1조16억원. 2020 매출이 약 1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년 새 8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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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문제는 이같은 유행으로 텀블러를 사용하는 취지가 바랬다는 점이다. 텀블러가 사랑 받았던 이유는 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이나 종이컵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텀블러는 사면 살수록 환경이 오염된다. 텀블러 제조하는 데에도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못지 않게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게 바로 스테인리스다.

스테인리스를 비롯한 철강의 생산 공정에는 석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할 때 순수한 철이 나오는데, 일산화탄소를 석탄이 연소하는 과정에서 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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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블로그]

스탠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필요성을 제거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스탠리 텀블러 중 재활용한 철강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23%에 불과하다. 2025년까지 50% 수준으로 재활용률을 끌어올리는 게 스탠리의 목표다.

여러 번 사용하지 않을 텀블러를 구입하도록 부추기는 유행은 오히려 그린워싱에 가깝다. 맥킨지의 미국 소비자 감정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지속가능한 포장이 적용된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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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법은 간단하다. 텀블러를 하나만, 오래오래 사용하는 거다. 텀블러를 최소 12~23번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환경을 덜 오염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300㎖ 들이 텀블러 1개를 제조·사용·폐기하는 데에 온실가스가 671g 배출된다.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52g, 일회용 종이컵은 28g이다.

산드라 골드마크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기후학교 교수는 “재사용 가능한 텀블러는 이론적으로 하나만 필요하다”며 “수십 또는 수백개의 일회용 컵을 재사용 가능한 텀블러로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텀블러 하나를 계속 사용하는 게 질린다면, 쓰던 텀블러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골드마크 교수는 “수리나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떻느냐”며 “텀블러를 점점 더 많이 만드는 것보다 쓰던 텀블러로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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