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설날 고기 선물 받았는데, 고기보다 아이스팩이 훨씬 많더라고요.”
설 연휴는 끝나도 남는 게 있다. 바로 쓰레기들. 그 중 대표적인 게 설 선물 포장 쓰레기들. 아이스팩도 그 중 하나다. 직장인 A씨는 “선물 하나만 해도 아이스팩이 4개씩 들어 있더라”며 “여름이면 몰라도 겨울인데 꼭 이렇게 포장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원성을 샀던 택배 과대포장이 오는 4월 30일부터 규제 적용을 받는다. 상품 대비 포장재의 크기와 포장 횟수 등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규제 시행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환경부에선 ‘아이스팩’ 등 보냉재를 포장재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13일 “수송에 필요한 보냉재 등은 제품의 일부로 봐 택배 포장공간비율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장공간비율이란 포장 용기의 용적에서 제품 체적을 제외한 공간이다. 즉 포장 용기 내부 크기에서 제품의 꼭지점을 이은 직육면체를 빼고 남은 공간이 얼마나 되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포장공간비율이 낮을수록 제품 크기에 꼭 맞는 포장 용기를 사용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수송을 위한 포장, 즉 택배 포장은 과대포장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2022년 4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개정에 따라 오는 4월 말부터 택배도 과대포장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개정안은 제조·수입되는 제품 수송 시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면서 포장 횟수는 1회 이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가로, 세로, 높이 합이 50㎝ 이하인 포장은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문제는 환경부가 택배 포장재 중 보냉재를 포장재로 간주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포장 용기를 빈 공간이 없이 보냉재로 꽉 채운다면 과대포장이 아니게 된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보냉재를 제품으로 보고 포장공간비율을 계산해버리면 사실상 과대포장 규제가 의미를 잃을 수 있다”며 “예외 사항을 두기에는 규제 시행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택배 포장의 경우 다른 제품 대비 포장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이미 과대포장 규제를 받고 있는 가공식품, 음료, 주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약외품, 의류, 전자제품 등의 포장공간비율은 10~35%다.
이외에 포장재의 재질도 환경부가 고심하는 지점이다. 가령 보냉재 중 물을 얼린 얼음팩과 합성수지를 얼린 아이스팩에 같은 규제를 적용해도 되는지 등이다. 완충재의 경우 종이 완충재가 합성수지로 된 ‘뽁뽁이’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다른 제품 대비 택배의 포장공간비율은 50%로 이미 보냉재나 포장재를 충분히 쓸 수 있는 공간을 줬다”며 “규제 시행일 전까지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업계와 지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