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주주환원 여력
자사주 매입·소각 가능성 살펴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저평가된 지주사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국내 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은 계열사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권가에선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구분되는 지주사들 중 주주환원 전략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시행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다.
전문가들은 저PBR주 중에서도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할 여력이 있는 지주사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주식을 사들인 뒤 소각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 역시 장내 유통주식 수가 감소함에 따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이런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지주사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3개년 주주가치제고 계획을 내놓고 2025년까지 ▷무상증자 ▷현금배당 ▷자사주 취득·소각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해 10월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진행했으며, 같은 해 1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537억원 규모의 자사주와 발행주의 1%에 달하는 19만1132주를 소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시가총액의 8%에 달하는 200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13개 상장사 재무 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그룹 가치 제고 위원회'를 신설하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난해 12월 발행주식 총수의 4%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했고, 계열사 한섬이 이달 말 총 발행 주식의 5% 수준을 소각할 예정이다. 또 지주사를 비롯해 상장 계열사 10곳의 중장기 배당 정책(2024~2026년)도 수립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시로 지주회사의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며 "지주회사의 보유 자사주 비율은 8.2%로 시장 평균(2.9%) 대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올들어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인 기업도 18개 사에 달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