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
[Photo by Claire Waring =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이 사진의 제목은 무엇일까. 바로, ‘쓰레기 음료(Rubbish drinks)’다. 인도네시아의 한 섬 해안가엔 바다에서 떠 내려온 플라스틱 페트병이 가득하다.

원숭이들도 이제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이 쓰레기 중에서 색깔이 있는 페트병은 뚜껑을 잘근잘근 씹기도 한다. 왜? 원숭이도 이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색깔 있는 페트병 안엔 달콤한 음료가 남아 있을 확률이 크다는 걸.

쓰레기 음료를 뒤지는 원숭이의 모습이 애처롭고 미안하다. 이를 포함, 인간이 포착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 야생 사진(wildlife photo)이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에 소개됐다. 작년 출품된 작품 5만여점 중에서 전문가위원회가 25점을 올해의 야생사진 후보작으로 꼽았다.

자연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는 장관부터, 인간으로 인해 피해 받은 야생동물의 현실까지, 가감없는 모습이 대거 포착됐다.

사진작가(Claire Waring)이 촬영한 이 사진 속 장소는 술라웨시(Sulawesi)라는 인도네시아의 한 섬이다. 여기 자연보호 구역 해변에는 플라스틱 페트병이 가득 쌓여 있다.

대부분 페트병은 쓰레기로 버려진 뒤 바다를 떠돌다가 떠내려온 것들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마카크(macaque) 원숭이들도 이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관리인들이 페트병을 한 곳에 모아두면 이내 원숭이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 페트병 뚜껑을 씹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고 한다. 색깔 있는 페트병을 주로 씹는다. 음료수 페트병 쓰레기인 줄 알고 있는 셈이다. 일부는 병을 숲으로까지 들고가 애써 쓰레기들을 모아둔 관리인들을 좌절시킨다는 게 런던자연사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
[Photo by Nima Sarikhani =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다음 사진은 올해의 최고 야생사진 인기상으로 꼽힌 사진이다. 영국 아마추어 사진사인 니마 사리카니가 출품한 ‘얼음 침대(Ice Bed)’다. 사리카니가 노르웨이 스발바르(Svalbard Archipelago) 제도 인근에서 3일간 탐험선에 탐승한 끝에 촬영한 사진이다.

자연사 박물관 관장인 더글러스 구리(Douglas Gurry) 박사는 “숨 막힐 듯 가슴 아픈 이미지를 통해 우린 지구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볼 수 있다”고 호평했다. 기후위기와 서식지 손실이 가져온 영향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

사르카니는 “기후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지만, 이 사진이 희망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우리가 초래한 혼란을 바로잡을 시간은 아직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
[Photo by Daniel Dencescu =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다니엘 덴체스쿠(Daniel Dencescu)는 하루 동안 로마 인근의 찌르레기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떼 지은 모습을 촬영했다. 큰 무리의 새떼가 날아갈 때 보여지는 모습(Murmuration)이다. 그는 찌르레기가 거대한 새의 형상으로 소용돌이치는 무리의 모습을 포착했다.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
[National Geographic 유튜브채널 캡쳐]

찌르레기떼의 사진은 야생 자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진 중 하나다. 도심에서도 쉽게 발견됐던 장관이지만, 도심이 개발되면서 불빛이 강해지는 등 환경이 바뀌면서 찌르레기떼의 ‘군무’를 관찰할 수 있는 장소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
[Photo by Ayala Fishaimer =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사진작가 아얄라 피샤이머(Ayala Fishaimer)가 출품한 이 사진의 작품명은 무엇일까. 바로 ‘힘든 협상(Tough Negotiation)’이다. 이름만 들어도 바로 이해가 될 법한 사진이다.

이스라엘 내 한 붉은 여우 굴 인근에서 기다렸던 작가는 새끼 여우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 중 한 마리가 모래 위에 있는 쥐를 발견하곤 마치 공처럼 두들기고 공중으로 던졌다. 하늘로 던져진 쥐가 땅에 떨어지고서, 이 말괄량이 여우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순간을 담은 사진이다.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
[Photo by Tzahi Finkelstein =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이스라엘 사진작가(Tzahi Finkelstein)가 계곡에서 연못 거북의 코 위에 잠자리가 앉은 모습을 포착했다. 자연사박물관 측은 “잠자리가 갑자기 거북이 코 위에 내려앉았지만 거북이가 곤충을 잡아채는 대신, 늪의 탁한 물속에서 평화로운 순간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
[Photo by Mark Boyd =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환경 보호 단체인 사파리 컬렉션 발자국 재단(Safari Collection Footprint Foundation)의 이사인 마크 보이드(Mark Boyd)는 케냐의 마사이 마라(Maasai Mara) 황야에서 해가 뜨기 직전 사냥을 마치고 새끼에게 돌아오는 암사자 한 쌍을 발견했다.

그는 3개월가량 된 새끼 중 한 마리를 두 마리의 암사자가 돌보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들이 양육 의무를 분담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
[Photo by Audun Rikardsen =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스칸디나비아 사진작가(Audun Rikardsen)는 노르웨이 북부 트롬쇠 마을 외곽의 피요르드 해역에서 노출과 플래시를 사용, 북극광에 비치는 두 마리의 해파리를 포착했다. 물 표면에 반사된 하늘 색상까지 포착한 사진이 경이롭다.

“그건 먹는 게 아닌데?” 사람 때문에…음료 쓰레기 뒤지는 원숭이 [지구,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