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월부터 인증 전기 중고차 판매
“배터리 성능 점검으로 중고차 소비자 불안 해소”
업계 “배터리 검증 시스템 갖춰지면 수요 늘어날 것”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가 오는 3월부터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인증 전기 중고차 판매를 예고하면서 전기 중고차 수요 반등과 더불어 내연기관 모델 대비 높은 감가율 방어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올해 중고차 사업 목표치로 1만5000대를 제시하면서 “오는 3월부터 일반 내연기관 모델뿐만 아니라 전기차도 인증 중고차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 대상 전기차 매입도 같은 시기에 시작할 예정으로, 소비자들은 아이오닉 5·6, GV60 등 전용 플랫폼 기반 EV뿐 아니라 코나 일렉트릭을 비롯한 전동화 모델까지 인증 중고차로 살 수 있게 된다.
중고차 매물을 차츰 늘려 인증 중고차의 질적, 양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게 현대차 측의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번 결정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전기차의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한 중고 전기차의 감가율 방어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전기차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서 일반 내연기관(하이브리드 포함) 모델에 비해 감가율이 큰 것으로 통한다.
실제 국내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지난 8일 발표한 ‘2월 중고차 시세’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기차의 전월 대피 시세 하락률은 7.5~8% 수준으로 전체 평균치인 5.93%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기아 EV6 롱레인지 어스는 8.04% 하락해 국산차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으며,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 프레스티지 또한 7.52% 하락해 내연기관차보다 큰 감가를 보였다.
특히 고가 중고 전기차의 가격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고차 플랫폼에서 첫차 출시 3년 이내, 주행거리 6㎞ 이하 차량을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중고차 시세가 급락한 모델을 조사한 결과 아우디 e-트론의 경우 1억원에 달하는 신차가격의 절반 수준인 4890만원부터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인 G80 일렉트리파이드 역시 중고차 시세를 살펴보면, 2023년식 모델은 4850만~6560만원, 2022년식 4590만~6210만원, 2021년식 모델이 4340만~5870만원 수준으로 신차 가격 대비 수천만원 가량 더 싸다.
중고 전기차의 감가율이 높은 주요 원인으로는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 전기차의 경우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만큼 계절적 요인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며 “특히, 기존 차주가 어떤 식으로 배터리 관리를 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선뜻 구매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고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와 중고차 인증 방안을 논의 중이다. EV가 중고 매물로 나오기 전까지 배터리가 얼만큼 쓰였는지, 주행 중 배터리 손상은 없었는지 등을 꼼꼼히 파악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신차 보증 기간(3년, 6만㎞)을 넘거나 잔여 보증 기간이 1년, 2만㎞ 미만 중고차를 구매했을 때에는 연장 보증 기간(1년, 2만㎞)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 전기차의 상품성을 평가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배터리 성능을 소비자들이 직접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수요도 조금씩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 중고 전기차와 일반 내연기관 중고차 간 감가율 격차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