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하위 평가 현역 당사자 개별 통보
민주 친명-친문 갈등 확산 속 당내 전운 감돌아
이재명 대표는 SNS에 “이간계 경계” 단결 촉구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4·10 총선이 본격적인 공천 국면에 들어서면서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 그룹 사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SNS에 “친명이냐 친문이냐 하며 우리를 구분 짓는 행위 자체가 저들의 전략”이라고 적고 단결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에서 하위 20%를 기록한 현역 의원들에게 설 연휴 이후 해당 사실이 통보된 후 당내 갈등이 악화 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설 연휴가 지난 뒤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는 대상자들에게 이를 개별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명단이 중요한 이유는 향후 경선에 직접 영향을 미쳐서다. 정치권에서 이 하위 평가 20% 현역 의원 명단을 ‘판도라의 상자’라고 부르는 것도 통보 후 당 안팎에 퍼지는 파급력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민주당 당헌의 ‘감산기준’ 규정을 살펴보면 하위 20% 안에서도 경선 때 감산 정도는 반으로 나뉜다. ‘하위 20%’를 반으로 나눌 때 상대적으로 더 하위에 해당하고, 전체를 기준으로 하위 1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30%가 감산된다. ‘하위 20%’ 안에서 상위 절반에 해당하는 감산 대상자는 경선 득표수의 20%가 깎인다.
때문에 하위 평가 통보를 받으면 실질적으로 컷오프(공천 배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당내에서 사실상 불출마 권고를 받은 셈이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현역 의원 입장에선 하위 평가 대상 통보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불출마와 탈당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하위 20%에 들어간 의원들이 당을 이탈할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사실 현실적이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하위 20% 결정이 최근에 와서 자의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라 지난해 이미 다 평가가 완료됐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임명되기 한참 전 평가위원회가 구성돼 평가까지 완료됐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라고 본다”며 “의원님들이 거기에 승복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 친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경우 당내 갈등이 폭발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당 내에서 제기된다. 본격적인 공천 레이스가 막을 올린 후 친명과 친문 사이 대립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친명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대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문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일촉즉발 분위기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딴 ‘명문정당’이 다시 언급되면서 단합도 강조됐지만 지난주 갈등은 더 심해졌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6일 경선 지역 1차 발표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을 제공한 분들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발언한 후 당 내에선 ‘대선 패배 책임론’에 불이 붙으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문재인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발언이란 뜻으로 해석됐고, 친명 인사들이 이에 맞춰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친문 인사들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4·10 총선 예비후보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신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 고민정 최고위원 등 친문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오후 자신의 SNS에 “계파를 가르고 출신을 따질 여유 없다”며 “친명 비명 나누는 것은 소명을 외면하는 죄악”이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지금 이 순간도 꼼꼼하게 우리 사이의 빈틈을 파고드는 이간계를 경계한다”며 “친명이냐 친문이냐 하며 우리를 구분 짓는 행위 자체가 저들의 전략”이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가 직접 ‘친명, 비명, 친문’을 언급하며 단결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로 균열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전날인 10일 자신의 SNS에 “다시 한 번 양산회동의 정신과 원칙을 강조한 이재명 대표의 호소에 깊이 공감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