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대서도 3.3㎡당 900만원대 공사비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에 증액 요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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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공사비 이슈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의 뇌관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시공사들이 계약 당시보다 많게는 70~80% 공사비 인상을 요청해 조합과 갈등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3.3㎡(평)당 1000만원을 일찌감치 넘어선 상태로, 지방에서도 3.3㎡(평)당 900만원대 공사비 인상 요청이 잇따르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일부 가로주택정비사업장에서도 공사비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부천의 대현청실 외 2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인 계룡건설은 지난해 12월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약 200만원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020년 8월 시공사 선정 당시 3.3㎡당 499만원을 제시했던 계룡건설은 물가 상승,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708만원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조합 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난달 개최된 조합 총회에서 공사비 증액 안건은 부결됐고, 이를 놓고 양측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일대에서 시공사가 3.3㎡당 공사비 900만원대를 요구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일 부산 진구 범천 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에 기존의 3.3㎡당 539만원이던 공사비를 926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조합 측은 3년 새 72% 인상은 과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빚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부산 일대에선 GS건설이 촉진 2-1구역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549만원에서 987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에 시공계약이 해지된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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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지역, 사업규모에 관계없이 공사비 분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공사비 변동을 나타내는 각종 수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52.47(잠정치·2015년 100기준)로 2019년 117.24→2020년 12월 121.62 →2021년 12월 138.02→2022년 147.56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3㎡당 평균 공사비도 최근 3년새 가파르게 오르는 양상이다. 주거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한 전국 정비사업장(리모델링 포함) 57곳의 평균 3.3㎡당 공사비는 687만5000원으로, 전년(606만5000원) 대비 약 13% 올랐다. 2021년 공사비(518만7000원)과 비교하면 2년 새 약 33% 뛴 것이다.

이러한 공사비 증가는 인건비, 원자잿값 상승 등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127개 전체 직종의 하루 평균 임금은 27만789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1% 올랐다. 더욱이 대한건설정책연구원·통계청 조사 결과 건설공사 투입비중이 가장 높은 레미콘 가격은 2020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누적 34.7%, 같은 기간 시멘트 가격은 54.6%, 철근 가격은 64.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다수의 시공사는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선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조합 측은 인상폭에 반발하며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지속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자체가 호흡이 길다보니 수주 시점부터 10년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 물가 인상률, 자재값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이 없으면 건설사 입장에선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조합 측에선 물가인상률 정도로 공사비 증액을 생각하지만 시공사 입장에선 물가보다 가격이 더 뛰는 항목들이 많기 때문에 증액 판단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원자잿값이) 너무 크게 오르다보니 공사비 증액이 안 되면 사업 진행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