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부터 100대 건설사 사고현황 비공개

“신고 시스템 정착화 등 이유로 공개 중단 결정”

[단독] 건설사 사망 사고 통계 발표 전면 중단 [부동산360]
국토교통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토교통부가 매분기 실시한 사망사고 발생 상위 100대 건설사 명단 공개를 중단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애초에 법적 공개 의무가 없는 내용이며, 건설사고 신고를 하는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신고 시스템이 정착된 수순에 따른 결정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당초 업계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투명히 공개한 명단을 갑자기 비공개로 돌린 이유로는 석연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월부터 사망사고 명단공개가 시행됐고, 2020년부터 4월부터는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건설 주체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영문화를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발표 내용에는 매분기 전체 사망자 발생 통계(100대 건설사 외 포함)를 비롯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와 발주청, 지자체 명단이 담겼다. 100대 건설사 사고에 한해 원도급·하도급 시공사명, 사망자 수, 사고일, 사고 종류, 공사명까지 공개됐다.

이 같은 명단은 지난해 3분기를 마지막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정보망을 통해 관련 통계 파악은 가능하지만, 4분기부터는 비공개 방침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법적인 공개 의무가 없는 내용인데,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을 만들며 신고율을 높이고 상위 건설사가 먼저 나서 안전문화 정착에 나서 달란 취지로 각사의 동의를 얻어 공개해왔다”며 “사고 신고 시스템이 안정화에 접어든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처법 확대 시행 유예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라 부담을 느껴, 당초 지난달 발표가 예상된 2023년 4분기 통계부터 비공개 방침을 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1월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된 중처법은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27일부터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다. 가뜩이나 여야 합의 불발로 추가 유예가 무산되며 논란이 된 가운데, 분기별 사망자 수가 늘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면 통계 발표마저 부담일 수 있단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작년 3분기 건설사고 사망자 수는 65명으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분기 기준 최다였다.

다만 국토부는 중처법 유예 불발과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앞선 관계자는 “당초 명단 공개는 정보망을 통한 신고율을 높이고, 상위 건설사가 경각심 가져달라는 취지로 공개해왔던 것”이라며 “중처법과는 관련이 없는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내부적으로는 작년 건설사고 사망자 수도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파악하는 전체 사망자 수 관련 국가공인통계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한편 건설업계에선 사망자 수 통계와 관련해 애초부터 관에서 요구한 데 따른 무리한 공개였다는 의견, 기존 취지대로 일관성을 갖고 공개해 나가야 한다는 견해 등이 엇갈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에서 관이 요구하는 현황 제공을 거부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선 민감한 명단인 만큼 공개되지 않아 부담은 덜 수도 있겠지만 투명성 측면에서 보면 갑자기 공개를 멈춘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