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도 사업성 따져…1000만원대 공사비
분담금 수억원 부담…투자 목적도 계산 안서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치솟는 공사비로 전국의 정비사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사업성을 가르는 비용과 수익 양쪽에서 모두 악화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비용에 해당하는 공사비는 이미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상태이지만, 수익에 해당하는 분양가는 마냥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어서 치솟은 비용을 반영한 분양가를 가지고는 수요자들의 니즈를 맞추기 어려운 국면이다.
조합은 적정한 선에서 일반분양가를 높여 비용을 일부 보전하고 있지만,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는 수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또 재건축은 바라지도 않고 로또 당첨금 만큼만 분담금으로 안냈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신반포27차 아파트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건설사들의 무응찰로 유찰됐다. 조합은 전용면적 3.3㎡당 공사비 907만원 수준의 높은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시공사들은 사업성 등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재건축을 진행 중인 사업장의 일부 조합원들은 공사비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시공사와 줄다리기를 하는 대신 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강남 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은 “공사비를 낮게 제안하면 오히려 시공사 정하는 데 어려움만 겪고 결국 비용만 올라가고 또 공사비를 아껴서 고급화 포기하면 그저그런 경쟁력 없는 아파트로 전락할 수도 있다”면서 “조합의 심도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반포22차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과 전용면적 3.3㎡당 공사비 1300만원으로 재건축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반포22차는 서초구 잠원동 65-33번지 일대 9168.8㎡에 최고 35층, 2개동, 160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그나마 이같은 강남권은 분양성이 양호해 시공비 증액에 다소 여유가 있다. 하짐나 수도권 외곽지역은 물론, 1기신도시 등에서도 높아진 시공비로는 시장의 수용 가능한 분양가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분담금 이슈로 드러나고 있다. 일반분양으로 공사비를 충당한다고 해도, 조합원들도 늘어나는 분담금을 피할 수 없어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째 기준선 100을 웃돌고 있다. 해당 지수가 100을 넘으면 분양가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하이엔드급이 아니어도 성수전략정비지구에 속한 성수1지구는 올해 개최한 총회에서 전용면적 3.3㎡당 분양가를 조합원 6400만원, 일반 8000만원 정도로 추정했다.
설상가상으로 분양가상한 규제를 받는 지역은 조합원들은 불만이 큰 상황이다. 용산구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한 단지 조합장은 “공사비가 올라서 5층~10층짜리가 아니면 사업성 자체가 안 나오는데, 조합원들은 또 고급을 원한다”면서 “다시 말해 분담금이 적을 수 없는 구조인데 예상 분담금이 많다고 하니 조합 입장에서는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투자 목적으로 지난해 서울 시내 재개발 물건을 매입한 전모씨는 “조만간 통보될 분담금이 제일 걱정”이라며 “부동산 경기도 안 좋은데다 금융비용도 높아져 매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협상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조합장 해임총회까지 연 조합도 있다.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는 지난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시공사와 협의가 장기화되자, 일부 조합원들이 사업부진을 근거로 조합장 등 집행부를 해임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 전부 푼다고 발표한 1기 신도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성남시 분당구에 매매를 고려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규제를 풀어준다고는 해도, 공사비가 점점 올라가는데 정비사업이 계속 매력적일까라는데 의문이 든다”면서 “재건축을 한다고해도 분담금이 얼마나 책정될지 모르고 또 이사가는 곳 연령대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등 고려할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