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며칠 전 지도부 제안…당 결정 존중”
장제원 이후 첫 중진 결단…희생론 불씨 재개
경남 3선 김태호엔 김두관 양산을 출마 요청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부산시장을 지낸 5선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부산진갑)이 22대 총선 북·강서갑 출마를 결단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선에 도전하는 부산의 대표적 험지로, “낙동강 벨트 탈환에 앞장서 달라”는 당 지도부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지도부는 경남의 3선 김태호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에게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인근인 양산을 출마를 요청했다. 여권에선 다선 중진 의원에 대한 ‘희생론 재개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온다.
서 의원은 6일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치를 오래 한 중진으로서, 당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 수용 입장을 밝혔다. 서 의원은 “며칠 전 지도부의 제안이 있었고, 당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에서는 장동혁 사무총장이 지난달 말 한동훈 위원장과 조율 끝에 물밑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앞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산의 서병수(부산진갑) 의원님께 민주당의 전재수 의원이 있는 북·강서갑으로 출마해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렸다”며 “경남 지역에서는 김태호 의원님께 김두관 의원이 있는 양산을 지역에 출마해주십사 부탁을 드린 상태”라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은 “우리 당으로선 꼭 이겨야 하는 전략지역들이 있다. 정치신인을 내보내서는 이기기 힘든 지역”이라며 이들에 대한 우선추천(전략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저희가 낙동강 벨트를 사수하고 찾아온다면 이번 총선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승리의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이 제안한 부산 북강서갑과 경남 양산을은 PK(부산·울산·경남)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낙동강 벨트’ 지역구다. 각각 재선인 전재수·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현역이다. 부산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두 분 다 지역 어디서든 이길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을 가진 분들”이라며 “두 분의 인지도를 감안했을 때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서·김 의원은 각각 부산시장, 경남도지사를 지내 지역에서 높은 인지도와 조직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의원 모두 과거 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응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서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잠룡’으로 주목받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상대로 자객 공천돼 승리했다. 김 의원 역시 과거 국무총리 후보에 올랐던 전국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총선에서는 지도부의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 복당된 ‘무소속 4인방’ 중 한 명이다.
서 의원이 사실상 지도부 요청에 응하면서, 김 의원도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역시 두 의원의 입장 표명 이후 공천신청자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설 전망이다.
당 내에서는 지난해 말 부산의 3선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중단된 ‘중진 희생론’의 불길이 다시 지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영남권 중진 물갈이가 아닌, 역량 있는 중진을 앞세운 이기는 공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