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달 ETF 순자산 124조4900억원

흔들리는 증세·금리에 파킹형ETF 인기 여전

인버스 수익률 상위권…2차전지·코스피200 등

증시부진에도 1월에만 ETF 3조 넘게 유입…‘삼성 vs 미래’ 양강경쟁도 치열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새해 첫 달에만 3조4000억원이 몰리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증시가 부진하자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이 높았고, 투자환경이 안정될 때까지 목돈을 잠시 넣어두는 ‘파킹형’ 상품에도 꾸준히 돈이 들어왔다. 최근 운용사들이 새로운 금리형 ETF 상품 출시를 속속 알리면서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국내 ETF 시장 총 순자산은 124조4900억원으로 작년 말 121조657억원에서 3조4243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이 96조3400억원이 감소한 흐름과 대조적이다. 주식 투자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 역시 작년 말 약 53조원에서 현재 50조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ETF는 소액으로 국내외 주식·채권·대체투자·선물·레버리지·인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손 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어 투자 대안처로 각광받고 있다.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연초부터 다양한 테마의 ETF를 새로 상장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1월에만 12개의 ETF가 늘어나 총 상품 수는 총 824개에 달했다. 올해 핵심 테마인 반도체, 빅테크를 포함해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종목까지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국내 운용사 ‘투톱’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의 점유율 격차는 작년 하반기부터 3%대를 유지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총 순자산은 각각 50조6577억원, 45조7652억원로 시장 점유율로는 각각 40.7%, 36.8%다.

업계 양강이 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에서도 중위권 자산운용사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KB자산운용(점유율 7.75%), 한국투자신탁운용(5.11%), 한화자산운용(2.39%)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새해 순자산액과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유일했다.한국신탁운용은 점유율 5%를 넘어섰고 새해 첫달에만 4460억원이 몰렸다. 이 밖에도 신한자산운용(1383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164억원), 한화자산운용(138억원) 등도 순자산이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공모펀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ETF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다양한 투자 자산군을 담을 수 있는 ETF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퇴직연금, 마케팅 활용처 등 다양해지고 있다. 사실 ETF 운용보수가 미미해서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데도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이유”라며 “시장을 선점해야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깔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들어도 파킹형 ETF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의 순자산은 지난달 1조1654억원이 늘었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과 KBSTAR 머니마켓액티브도 각각 4033억원, 702억원이 증가했다. 최근 미래에셋운용이 국내 최초로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ETF까지 선보이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미국과 일본 증시가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TIGER 미국S&P500(2337억원), TIGER 일본니케이225(1485억원)에도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순유입됐다.

수익률 상위권은 ‘인버스’ 상품이 휩쓸었다. 유럽 탄소배출권을 역추종하는 상품인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인버스ICE(H)'이 23% 오르면서 1위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가 탄소배출권 가격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2차전지주도 우울한 실적 전망에 내리면서 인버스 상품인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의 수익률은 21%에 달했다. 이 밖에도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2배로 연동하는 상품 5개가 수익률 16%대를 기록하면서 상위 10위권(4~8위)에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