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개년 코스피, 설 직후 대체로 상승
“연휴 4거래일 전 기관·외인 매물 정리”
“추석보다 설 직후 더 올라…우량 저PBR 주목”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국내 증시가 새해 첫달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정부가 띄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설 이후 상승 랠리를 이어갈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과거 사례들을 보면 명절 연휴를 끝내고 코스피지수는 한동안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경향을 나타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추석보다 대외 변수가 적은 설 직후가 안정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 수혜도 챙길 수 있는 '저평가 우량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5일 헤럴드경제가 한국거래소를 통해 최근 20년(2004~2023년) 간 설 명절 연휴 전후 5거래일 코스피 지수를 살펴본 결과, 연휴가 끝난 뒤 코스피 지수는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코스피의 경우 총 20번 중 13번이 명절 이후 5거래일간 지수가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약 65% 비율로 오른 셈이다. 평균적으로 약 1.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12번(평균 2% 상승) 오르면서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특히 설 전 약세장일 경우, 연휴 끝난 뒤 지수는 변동성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약 6 대 4의 비율로 반등과 하락을 오갔다. 지난 2022년 설 전 4.6% 내렸던 코스피 지수는 연휴 후 2.3%나 올랐다. 2016년(설 전 -0.4%→설 후 1.2%)과 2013년(-0.1%→1.9%)도 연휴 끝나고 1% 넘는 반등세를 보였다. 연휴에 돌입하기 전,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서면서 수급 공백이 생겼다가 다시 돌아오는 흐름이 반복된 결과로 분석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대외 이슈에 민감한 편인데 장이 열리지 않는 연휴 기간에는 시장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은 평균적으로 연휴 4거래일 전에 주식을 순매도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는 연휴 직전에 수급이 부진한 현상이 반복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제일이 D+2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연휴 4일 전부터 차츰 매물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또 명절 직후엔 미 증시 등 연휴 동안 발생한 시장 이슈를 반영하면서 주식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증시 전문가는 추석보다 상대적으로 대외 이슈가 적은 설 직후 기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추석 연휴 기간은 미국 예산안 불확실성과 셧다운 이슈 등이 있는 9월 말과 겹치기 때문이다. 반면 설 연휴의 경우, 정치적 이슈 여파가 덜하고 추석보다 상승 확률도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명절 다음 날 평균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 직후(0.57%)가 추석 직후(-0.47%)보다 앞섰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도 연휴 이후 코스피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보험·증권·상사 등 저평가된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올 4~9월까지 저PBR 기업들 중심으로 강세장을 재개할 전망”이라며 “저PBR 기업들로 선대응 후, 시장 전반적인 조정이 나타날 때 전략을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