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닥친 테러에 불안감 호소

“신변 주의해야…모방범죄 가능성”

“무섭고 소름 돋아…느닷없이 발생”

경찰 경호 대상에 평의원은 미포함

총선앞 모방테러 초비상…의원들이 떨고 있다 [이런정치]
26일 오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입원 중인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병원에 경찰이 비상 대기를 하고 있다. 전날 배 의원은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신현주·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 테러’가 발생하자, 의원들 사이에선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6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 현역 의원들은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태에 대해 저마다 ‘모방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신변에 대해 주의를 해야 한다”며 “이전에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모방범죄가 생길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여성 초선 의원은 “강성정치의 대표주자 같은 분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들에 더 많이 노출될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는 의원마다 각각 상황과 지역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보안이나 경호에는 신경을 더 쓰면서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경우에는 우리 보좌진들이 앞으로 남자 직원하고 같이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를 했지만 나는 그렇게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아니니 걱정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배 의원 사건 당시 영상을 봤는데 너무 무섭기도 하고 소름이 돋더라”라면서 “이재명 대표의 경우엔 기자들도 함께 있었는데도 느닷없이 발생한 일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범죄가 발생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우려보다도 사회적으로 모방 범죄가 일어나면 안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체적인 폭력이 아닌 평의원에 대한 위협과 협박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초선을 지내던 2013년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 협박문과 함께 식칼이 놓여 있기도 했다. 30cm가량 길이의 식칼과 함께 놓였던 협박문에는 ‘천벌이 내릴 것’, ‘민족반역자 처단투쟁위원회’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고, 식칼에도 ‘하태경’, ‘곧 죽는다’ 등의 글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방 테러’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 기저에는 당대표 격이 아닌 일반 평의원의 경우 경찰의 통상적 경호 대상이 아니란 점 역시 깔려있다. 경찰청 직무집행법은 ‘주요 인사 경호’를 경찰의 수행 직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지만, ‘주요 인사’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경찰청 훈령은 평시 경호 대상으로 대통령과 가족,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4부(府) 요인’과 대선 후보 등으로 이를 제한하고 있다.

주요 정당 대표의 경우, 선거일 전 14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한해 경찰 경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일 부산에서 발생한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경찰은 인력 지원 등을 통해 보호팀을 꾸렸고, 두 달 먼저 이 대표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경호를 위한 보호팀을 가동했다. 실제 경찰은 지난 2일 이 대표 피습 직후 대구를 방문한 한 위원장의 경호를 위해 약 240명의 신변보호팀을 긴급 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평의원의 경우 이같은 경찰의 경호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대선주자고 당 대표지만, 배현진 의원의 경우 평의원에게도 이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점에서 충격”이라며 “다른 의원들도 다들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