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영주권자 57만명 넘어…전년比 3% 증가

사회보장 개혁·남녀평등 수준 낮아서

日 여성들에게 일본은 ‘헬재팬?’...해외 이주 60%가 여성 [세모금]
일본 도쿄의 한 식당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본인의 해외 이주가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쇄적인 일본사회에 불만을 품은 여성들의 해외 이주가 많았다.

일본을 떠나 해외에서 영주권자로 자리잡은 일본인들의 수가 20년 넘게 꾸준히 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이 숫자는 57만472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준이다.

사회보장 개혁이나 남녀 불평등, 경제적인 불안 등이 해외 이주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오오이시 나나 멜버른대 사회학 조교수가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 실시한 해외 이주자 조사를 보면 대상자의 90% 가량이 경제적인 불안을 이유로 꼽았다. 이들은 의료·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일본 거주의 리스크로 들었다.

특히 일본인 해외 영주권자의 62%는 여성으로 나타났다. 일본 사회의 폐쇄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회 보장 개혁이나 남녀평등 수준이 낮다는 것도 이유다.

오오이시 조교수는 “해외에서 국제결혼을 하고 있는 일본인의 70%는 여성이 차지한다”며 “해외는 여성에 대한 제약이 적고, 더욱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주하는 독신 여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자녀가 세계 어디서나 일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교육받기 위해 이주하는 육아 세대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의 해외 체류 일본인 통계에 의하면 해외에 3개월 이상 거주 후 일본으로 귀국하는 장기체류자는 줄어든 반면, 체류국으로부터 영주권을 취득하는 영주권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인 영주권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지역은 48.7%를 차지하는 북미로 나타났다. 서유럽(16.9%), 호주를 포함한 대양주(13.6%)가 뒤를 이었다.

닛케이는 다만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재원 등 영주의 발판이 되는 제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엔저 등으로 해외 거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변수다.

사사이 츠카사 후쿠이현립대 인구학 교수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아예 이주를 생각하는 예비 영주권자가 생각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장기적으로 영주권자가 늘어날지 여부는 유학이나 기업 주재원으로 얼마나 일본인이 해외에서 활약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