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등기정보광장, 12월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 66.22%
연초 대비 줄어드는 추세
올해 평균 채권최고액 비율 67.74% 수준…집계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아
“집값 떨어질 때 속도에 가속 붙을 수도”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경기침체 우려 속 금리 인하 시기도 기약할 수 없자 내 집 마련에 나선 매수자들이 매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한때 집값 우상향 전망 속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자들이 고금리와 경기둔화 우려에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거래가액에서 채권최고액 비율은 66.22%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등기하며 6억6220만원의 채권최고액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올해 초 68%를 넘나들던 것이 9월부터 꾸준히 줄어 9월 67.78%, 10월 67.54%, 11월 66.41%로 소폭이지만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냈다.
채권최고액은 돈을 빌려준 주체인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통상 빌린 돈의 120% 수준에서 채권최고액을 설정한다. 즉 채권최고액이 곧바로 집을 사며 빌린 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가액 대비 그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집을 살 때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또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같은 감소세는 최근 거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서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올해 3월까지 59.81%까지 늘어났던 서울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10월 52.81%, 11월 53.23%, 12월 52.54%로 12월에는 최고점 대비 7% 넘게 급락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4%대 금리로 혜택이 컸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지난해 9월부터 판매를 중단한 것과 더불어 아파트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사지 않으려는 매수자들의 안전 투자 경향이 엮인 것으로 평가된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무주택자들의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 수요가 뚝 끊기고 일부 하급지에서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뿐”이라면서 “하급지 주택을 높은 가격에 매도하며 충분히 현금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이미 하급지 아파트를 판 매수인도 급급매 물건에 대해서까지 좀 기다려보자는 추세다. 고금리 탓에 대출을 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고 봤다. 과거 사례와 비춰서도 최근 채권최고액 비율은 최고 수준이다.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0년 62.38% 였던 최고액비율은 2021년 62.43%, 2022년에는 65.82%, 2023년에는 67.74%까지 늘어났다.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주택을 마련하며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리자 가계빚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7~9월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대비 14조3000억 원 증가한 1875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1871조1000억 원) 잔액을 넘어선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말 집값의 경착륙 우려가 커기자 정부는 올해 초 규제완화,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통해 억지로 집값을 올려놓은 경향이 있다”면서 “거래가액 대비 대출비중이 크게 높다는 것은 주택 가격이 떨어질 때 그 속도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요소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