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채권단 시각차 여전
금융당국 “주말까지 자구안 내놓아야” 최후통첩
[헤럴드경제=홍승희·홍태화 기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과 채권단 간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태영이 ‘지주가 살아야 계열사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자 채권단은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받아쳤다. 금융당국이 주말까지 ‘뼈를 깎는’ 자구안을 내놓으라며 기한을 통보한 가운데 채권단의 압박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약속 지켰다” 원칙 고수하는 태영…채권단 불만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출자금액이 높은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채권단 회의를 검토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채권자들을 선정, 연락을 취해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태영건설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태영은 전날 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남은 259억원을 태영건설 공사현장 운영자금에 상환하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은 약속대로 전액 태영건설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과 태영 측은 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모두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기로 합의했지만 태영이 890억원으로 태영건설을 지원하지 않고 티와이홀딩스(지주사)의 채무보증을 갚는데 쓰면서 채권단의 공분을 샀다.
태영 측은 이에 대해 “티와이홀딩스(지주사)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호도하는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태영의 이같은 입장을 용인할 수 없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은은 이날 채권단 입장문을 내고 “태영그룹의 이러한 주장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모든 금융채무가 일단 상환유예(동결)되어있고 채권자의 동의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개인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라도 이 부분은 협상을 통해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도록 돼있다”며 “태영건설의 금융채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태영건설 금융채권자들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주사의 보증채무부터 갚는 게 태영건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거라는 태영의 논리에 강하게 반박했다. 산은은 “티와이홀딩스가 당초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으로 연대보증채무를 상환해 티와이홀딩스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건 티와이홀딩스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태영건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후통첩’ 날린 금융당국, 총수 일가 사재출연 나올까
태영은 총수 일가 전반의 사재 출연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이다. 앞서 산은은 인더스트리의 매각 자금 중 태영 일가의 막내딸 윤재연씨 몫인 513억원도 계열사 살리기에 투입해야 한다고 태영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태영 측은 이에 대해서도 “윤재연씨는 경영에 관여한 바가 없고 책임이 없다”며 강경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최소한의 자구안도 지키지 않고 있는 태영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이번 주말을 마지노선으로 채권단이 수긍할 만한 자구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최후 통첩’도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 자구계획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한다”며 “채권단 입장에선 자기 뼈가 아니고 남의 뼈만 깎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영 측이 방송법을 이유로 SBS 매각이나 지분담보가 어렵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는 “법률가 측면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채권단입장에서는 그게 굳이 ‘핑계와 명분’이라면 홀딩스 지분은 상장법인이고 여러 가지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들이 갖고 있으니 그걸 활용하는 방법이 있지 않냐고 한다”고 말했다. 알짜 계열사에 해당하는 SBS뿐 아니라 오너 일가가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까지 팔아서라도 워크아웃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지금까지 나온 자구안 중 가장 강력한 방안을 언급한 셈이다.
이 원장은 이어 “이번 주말을 전후한 시점을 크게 넘게 되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