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집값 좌우할 5대 변수 진단 ①금리

금리는 보합, 내지 약보합으로 안정세 보일 듯

경기여건, 주택수급 등 다른 변수 영향력 커져

[헤럴드경제=박일한 선임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내년 기준금리 전망을 연 4.6%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기준금리를 5.25~5.5%라고 발표한 직후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이상이 떨어져야 가능한 수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이나 그 근처에 와 있다”며 금리인하 전망을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의 금리인하 계획은 글로벌 통화 긴축 흐름을 바꾼다. 전세계 국가들은 기축통화국인 미국 달러의 금리와 자국 금리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투자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2분기엔 한은도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끌족’이 한시름 놓았다고 전망하는 전문가가 등장했다.

국내 부동산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내년 주택시장을 움직일 변수로 ‘금리’를 지목한다. 금리는 2024년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까.

이달 12일 서울 남산에서 본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

▶금리와 집값은 반비례한다?= 다른 요인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금리와 부동산값은 반비례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집값이 오르고, 금리가 올라가면 집값은 내린다. 금리인하 시기엔 돈을 빌리기 쉬워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집주인의 부담이 줄어 매물(공급)은 감소한다. 당연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금리인상 때는 대출 부담이 커져 주택수요가 감소하고, 집주인 부담이 늘어 매물이 늘어난다. 집값이 빠지는 환경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경제가 안정된 선진국일수록 이렇게 금리와 집값의 반비례 관계가 뚜렷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기별로 조금 다르다. 역사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까지 금리와 집값은 ‘반비례’보다는 ‘비례 관계’였던 적이 더 많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25%였던 금리는 5%까지 매년 꾸준히 올랐지만, 집값은 역대급으로 올랐다.

반대로 금리 하락기였던 이명박 정부 시절엔 집값이 계속 떨어졌다. 2008년 5.25%였던 금리는 2009년 2%까지 하락했지만 집값은 빠졌다. 특히 2%대 저금리 상태를 유지했던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마이너스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당시엔 금리 변수 보다 경기 여건이 부동산 가격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금리를 아무리 높여도 경기 회복 기대감이 주택 매수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주택시장에 새 아파트 공급량도 크게 부족했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 때는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경기 침체 우려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2기 신도시 입주도 시작돼 새 아파트 공급도 쏟아졌다.

경기상황, 수급 환경 등 시장 여건에 따라 주택시장에 금리효과는 제각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리보다 더 강력한 요인이 있으면 금리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영상=이건욱PD]

▶박근혜 정부 이후 커진 금리와 부동산 상관관계= 우리나라에서 선진국처럼 금리와 집값의 반비례 관계가 비교적 뚜렷해진 건 박근혜 정부 이후부터다. 2013년 상반기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금리를 2.75%에서 2016년 하반기 1.5%까지 낮췄다. 금리 인하 효과는 2014년부터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집값이 반등하면서 효과를 발휘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 때는 역사상 가장 낮은 기준금리인 0.5%부터 최대 1.75%까지 1%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초저금리 효과는 문 정부 때 집값이 폭등했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집값 상승 요인은 금리 외에도 경기 회복 기대감, 높아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 앞선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효과 등 다양하게 작용했다. 이런 집값 상승 여건이 금리인하 효과와 맞물리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났다고 평가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에선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금리와 주택시장의 반비례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2년 한 해만 7차례 금리를 올렸는데, 그해 집값은 역대급으로 하락했다. 윤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당시 1.5%던 금리를 올해 1월 3.5%까지 높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할 수밖에 환경이었다. 기준금리가 이 정도 뛰니 시장금리는 7%대까지 폭등했다. 주택 매수세는 단기간 폭등한 금리로 잔뜩 움츠러들었다.

이 시기 금리와 집값의 상관관계가 뚜렷해진 건 급증한 가계대출 효과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2002년 217조원에서 2012년 906조원으로 늘었고, 2023년 3분기 기준 1747조원으로 역대 최대로 폭증했다. 높은 가계대출 증가는 가계를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만든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 부담이 늘고, 추가로 대출을 받아 주택 매수에 나서기 부담스럽게 한다. 단기간 급등한 금리 인상 효과로 지난해부터 거래량이 급감하고 집값이 하락추세를 보인 건 이 때문이다.

▶내년엔 집값에 ‘금리’ 효과 다시 약해지나= 이런 시기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계획 발표는 시장에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빠르면 2024년 2분기에도 국내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하면 침체된 주택시장엔 분명 단비가 될 것이다. 최근 1~2년간 집값 하락의 원인이 고금리였던 만큼 고금리 상황이 해소되는 건 집값엔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10년간 보여줬던 금리와 집값의 상관관계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제에서다.

문제는 집값과 금리의 상관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인가란 점이다. 내년엔 과거 이명박 정부 때처럼 금리의 집값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내년엔 금리보다는 침체된 경기여건이나 크게 줄어드는 주택입주량 등 다른 요인이 집값을 더 흔들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단 내년 금리인하가 시작된다고 해도 현재 물가 흐름상 단기간 많이 내리긴 어렵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2022년 단기간 급등했던 것처럼 큰 폭의 변화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내린다고 해도 소폭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다. 금리 움직임은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안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리가 안정된다면 내년부턴 침체된 경기 여건과 쪼그라든 가계 소득, 역대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하 효과보단 이런 요인이 주택수요를 더 크게 옥죌 것이므로 당분간 집값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집값 하락론자들의 판단이다. 경기침체가 심각하다면 집값 하락세는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내년 집값이 반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역대급으로 줄어든 새 아파트 입주량, 본격적으로 오르는 전셋값으로 인한 임대시장 불안 등이 집값을 자극할 주요 변수로 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규제완화 대책이 쏟아지고, 올해 상반기 주택시장을 이끌었던 정책 대출도 재개하면서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리인하 분위기는 이런 환경에서 집값을 흔들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본다.

어쨌든 내년 집값은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금리 효과가 다소 약화되는 대신, 경기여건, 주택수급 환경, 규제완화 방향 등 훨씬 다양한 변수가 상호 작용하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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