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엔화예금 잔액 1년 만에 ‘최저 수준’

통화정책 방향 불확실…환차익 노린 투자자 줄어

‘자민당 과반 실패’ 엔화 약세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엔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엔/달러 환율이 약 한달 만에 달러당 150엔 밑으로 떨어지면서 엔화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엔화는 12월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올라서고 있지만, 앞서 오르내림을 경험한 이들로 인해 ‘엔테크’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 ‘엔테크’ 수요 뚝↓…반복되는 엔저에 투자자들 ‘머뭇’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22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1조1035억엔으로 지난 10월 말(1조1710억엔)과 비교해 675억엔(5.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1조489억엔) 이후 약 1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부터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며, 엔화예금 잔액은 꾸준히 늘어난 바 있다. 엔화 가치 회복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재테크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실제 2023년 4월 말 5978억엔 수준이었던 5대 은행 엔화예금은 2023년 말 1조1971억엔으로 8개월 만에 두 배가량 늘었다. 엔화 가치가 100엔당 850원대까지 하락한 올해 6월 말에는 1조2929억엔까지 증가했다.

지난 7월 4일 100엔당 857.03원까지 하락했던 원/엔 환율은 8월 중 950원대까지 상승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더해, 7월 말 또다시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단기금리는 2008년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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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하지만 10월 들어 상승분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오는 12월 예정된 금융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인상 전망이 대두대며 엔화 가치 상승이 일어나고 있지만, 재차 하락을 경험한 이들은 불확실성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강달러’에 엔화 약세 전망…美 12월 금리 향방 주목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환전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환율.[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이 당선된 것 또한 엔화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의 보편관세 도입, 감세 등 미국 중심 정책 기조는 달러의 상대적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강달러’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되며, 엔화가치가 추세적으로 올라가긴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12곳이 제시한 6개월 후 엔·달러 환율 평균 전망치는 지난 8일 기준 143엔에서 15일 기준 148엔으로 일주일 새 5엔이 높아졌다. HSBC는 6개월 후 전망치를 140엔에서 158엔으로 올리기도 했다. 엔화 약세를 전망하는 시각이 커진 셈이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따라 다시금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일본의 금리가 인상되고 미국의 금리가 인하될 경우 미·일 금리차가 축소하면서, 엔화 가치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차 낮춰 예상하고 있다. 25일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18일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은 55.9%로 반영했다. 이는 지난 13일(79.3%)과 비교해 23.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엔화 가치 반등으로 인한 이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향후 수요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화 가치가 급락한 시기와 비교해서는 원/엔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을 실현한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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