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횡재세’ 대응해 2조원 상생금융 추진
자영업 차주에 평균 1.5% 이자 감면안 논의
‘채무 불이행’ 소상공인 채무 90%는 비은행권
실효성 논란에…“논의 계속 이어갈 것”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권이 상생금융 2탄으로 약 2조원 규모의 개인사업자대출 이자 감면 및 캐시백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지원액 대비 실질적인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환 한계에 봉착한 자영업 채무액 대부분이 비은행권 고금리 채무에 몰려 있어 지원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되레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자영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사업자 가계대출) 잔액은 458조9392억원으로 전체 자영업대출 잔액(723조4744억원)의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금융권의 자영업대출 잔액 비중이 약 27%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러나 한계 채무액 양상은 다르게 나타났다. 한 금융사에서 3개월 이상 연체해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이른바 ‘한계 자영업자’의 은행권 채무액은 1조2532억원으로 전체(9조1343억원)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의 경우 상호금융권에서만 5조2706억원의 채무를 보유하는 등 비은행권 채무 비중이 90%에 달했다. 은행권 자영업대출의 경우 채무 불이행률(연체율) 또한 0.27%로 업권 중 가장 낮았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각각 2.69%, 4.4% 수준에 달했다.
이와 관련,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약 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 태스크포스(TF)’에서는 지원 대상을 ‘올해 말 금리가 5%를 초과하는 기업대출 보유 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 좁히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자를 평균 1.5%포인트가량 깎아주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부실위험 차주들이 비은행권에 몰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은행 채무에 한정된 ‘금융지원’ 방식의 상생방안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되레 은행 채무자에 한해서는 지나치게 지원 범위를 늘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 10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잔액 기준) 중 연 5% 이상 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0.5% 수준이다. 거의 대다수 차주를 대상으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차주들에 대한 지원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은행권은 현재 1인당 연간 지원 한도를 150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2조원의 지원 규모를 은행 차원에서 소화하려고 하다 보니, 실질적인 이자 감면 등 금융지원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논의 계획이 남았기 때문에, 관련 지적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고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비은행권 자영업 차주를 대상으로 저금리 대환대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기업 차주를 대상으로 연 7% 이상 대출을 연 5.5% 이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금융당국은 지원 채무 기준을 가계대출로 넓히는 등 두 차례 개편을 단행해왔다. 그러나 공급 실적은 11월 말 기준 목표액의 13% 수준에 그치며, 저조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당국은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해 흥행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2금융권 소상공인들도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