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의원, 금감원 제출자료 확인해보니

50~60대 가장 많고 70대, 30~40대 순

90대 이상도 136억원이 H지수 ELS 물려

금감원, 고령층 판매시 규제위반 따져볼듯

8개 은행, 80대 이상 고객 1676명에게 홍콩ELS 팔았다[머니뭐니]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8개 은행을 통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80대 이상 초고령층 고객이 1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손실이 확정되기 시작하면 2800억원 넘는 이들의 투자금도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8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SC제일·씨티·제주) 홍콩H지수 판매잔액은 총 14조7828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입고객 수는 16만3418명이다.

8개 은행, 80대 이상 고객 1676명에게 홍콩ELS 팔았다[머니뭐니]

연령대별로 판매잔액을 보면 60대가 4조7489억원, 50대가 4조497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50~60대 비중이 62.5%에 달했다. 70대는 2조993억원이었고, 40대(2조641억원), 30대(6816억원), 20대(3234억원) 순이었다.

고객 수 기준으로는 50대가 4만964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4만8583명), 40대(2만4895명), 70대(1만7512명), 30대(1만642명), 20대(7918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8개 은행, 80대 이상 고객 1676명에게 홍콩ELS 팔았다[머니뭐니]

눈에 띄는 점은 80대 이상 초고령층이다. 80대 이상 홍콩H지수 ELS 가입자 수는 1676명이고 판매잔액은 287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대 이상도 35명(136억원)이 홍콩H지수 ELS에 물려있는 상황이다.

홍콩H지수 ELS는 기초지수인 H지수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H지수는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아 글로벌 리스크에 취약하고, 성장주 비중이 높아 환율, 금리 등에 따른 변동성이 높다. 미·중 갈등으로 H지수가 흔들리기 시작한 2021년 이전에도 H지수는 큰폭의 하락장을 경험한 바 있다.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굴리는 것을 선호하는 고령층의 투자성향을 고려할 때 H지수 ELS 판매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이 판매한 H지수 ELS에 고령층 판매비중이 상당하다고 보고 불완전판매 등 민원이 대규모로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검사를 진행할 경우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