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은 3분기 실질소득 오히려 늘어, 5분위(1.0%)·4분위(1.8%) 증가
실질 처분가능소득도 저소득층 감소세 확연…1분위(-2.5%)·2분위(-2.2%)
내년엔 물가 예상보다 더 오를 수도…한국은행 물가 전망 2.6%로 상향조정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3분기 소득1분위(하위 20%) 가계 실질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득분위 계층 중 가장 거센 하락세다. 처분가능소득도 가장 많이 감소했다. 고물가 여파가 저소득층에 더 가혹하게 작용한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은행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고물가 상황이 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취약계층이 경제 한파를 더 오래 견뎌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에도) 물가가 높아서 취약 계층, 빚을 많이 낸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일 국가통계포털(KOSIS) ‘전국 1인 이상 소득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실질)’ 1분위 소득은 3.8% 줄었다. 2분기 3.9% 감소에 이어 4%에 육박하는 감소세가 2분기 연속 나타난 것이다. 감소세는 소득이 적으면 적을 수록 거세게 나타났다. 두번째로 감소세가 거센 계층은 2분위로 -2.7%를 나타냈다.
반면, 5분위(상위20%)는 오히려 1.0% 증가했다. 4분위도 1.8% 늘었다. 이에 전체 실질소득 평균도 0.2% 상승했다.
실질소득은 명목소득을 당해 연도 물가로 나눈 값이다. 물가 영향을 제거해 소득이 갖는 실제 구매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명목소득이 올랐어도 물가 상승세가 거셌다면 실질소득은 상승 폭은 제한된다.
실질 처분가능소득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3분기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2.5% 감소했다. 역시 가장 감소 폭이 크다. 그 다음은 2분위(-2.2%)였다. 3분위(0.2%), 4분위(1.5%)는 상승했다. 5분위(-0.1%)는 소폭 감소에 그쳤다.
미래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전날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에서 2.6%로 0.2%포인트 높였다. 우리 경제 반등 폭이 당초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물가 둔화 속도도 예상보다 더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국내외 경제동향 및 전망’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차 파급효과가 확대되는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으로 낮아지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기본 전망(2.6%)을 다소 상회(2.8%)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실질 소득을 대략 계산해 보면 2021년까지는 아마 플러스였던 것 같다”며 “지난해와 올해 물가가 너무 오르면서 마이너스가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엔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기 때문에 실질 소득도 조금 개선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