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사모펀드 사태로 자산관리 실적 ‘반토막’

은행권, 홍콩H지수 급락으로 실적 악화 우려

‘추가 규제’ 우려 가장 커…‘판매금지’ 가능성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인한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우려되면서 ‘제2의 펀드사태’ 발생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당시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자산관리(WM) 분야 수익이 대폭 줄어들었던 은행권은 이번 사태로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적 겨우 회복했는데” 펀드사태 재발 우려에 은행권은 ‘전전긍긍’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2019년 사모펀드·DLF 사태가 벌어진 직후인 2020년 벌어들인 신탁수수료 수익은 6843억원으로 2019년(9836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2993억원(3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신탁수수료 수익은 1788억원에서 1016억원으로 약 절반가량 줄기도 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DLF 사태의 후속조치로 지난 2020년 은행권 특정금전신탁 상품인 파생결합증권신탁(DLS)와 주가연계신탁(ELT) 등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에 제한을 둔 영향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의 2019년 11월 말 ELT 잔액 한도인 34조원을 한도로 설정했다. 자산관리 분야 주 수익원이었던 ELT 판매량이 줄자, 성장세를 이어가던 은행권 자산관리 실적은 악화했다.

ELS 상품도 '판매 총량규제' 검토하나…추가 규제 가능성에 은행권 '안절부절'[머니뭐니]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그러나 2021년 이후 은행들은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통해 자산관리 사업에 투자를 이어갔다. 이에 실적 성장세도 나타났다. 2021년 4대 은행의 신탁수수료 이익은 8356억원으로 2020년(6843억원)과 비교해 1500억원가량 늘었다. 지난해는 고금리와 증시 부진 등에 따라 다소 주춤했지만, 올 들어 증시 회복세가 나타나며 이익은 다시금 반등하고 있다.

문제는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인한 ELS 사태가 다시금 실적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판매 과정에서 상품 권유가 적정한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등 ‘불완전판매’를 중점으로 책임소재를 살피고 있다. 이는 지난 DLF 사태와 유사한 양상이다. 농협·신한은행 등은 ELS 상품 판매 중단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도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판매 총량규제’ 만지작…‘판매금지’ 가능성도

ELS 상품도 '판매 총량규제' 검토하나…추가 규제 가능성에 은행권 '안절부절'[머니뭐니]
서울 중구 명동 한 환전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은행권에서는 지난 펀드사태와 같이 당국 차원에서의 추가적인 규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달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해 ELS 판매한도 규제 개선방안을 요청하고, 본격적인 규제 손질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2019년 도입된 파생상품 총량규제에 따라 특정 은행에 문제가 된 상품 판매가 집중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에 금융당국이 판매한도 규제 및 핵심성과지표(KPI) 등에서 개선사항을 요청했는데, 제대로 도출되지 않을 경우 판매금지 가능성 등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며 “일단 은행권의 의견은 전달한 상태이고, 금융당국과 은행권 협의를 거쳐 개선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안이 심각한 만큼, 은행권에서도 조치 수위가 약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금융당국은 지난 DLF 사태 당시에도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후속대책을 발표했지만, 은행권 반발 등에 따라 총량제한 선에서 규제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같은 유형의 펀드사태가 다시금 발생할 것이 우려되며, 실제 고위험 파생상품의 판매금지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은행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파장으로 은행 자산관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9년 펀드 사태 이후 은행 자산관리 부문은 리스크관리 방안 확충 등 소비자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춰왔다. 현장에서도 불안감은 감지된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사태를 기억하고 있는 고객들이 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현재는 관련 ELS 상품 동향에 대한 문의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