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 선제적 판매 중단
농협銀 지난 주부터 ELS 전면 제외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홍콩H지수(HSCEI)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판매 잔액이 가장 큰 KB국민은행도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체 ELS 취급액 중 H지수 편입 ELS 공급 비중을 30% 이내에서 운영 중이며, 하나은행은 비중 제한을 두지 않고 판매 중이다. 이들 은행은 “시장을 다각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공급 중단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H지수 편입 ELS 상품은 지난 2021년 H지수가 1만2000선을 넘으면서 대거 판매됐다. 하지만 최근 3년 새 해당 지수가 급락하자 녹인(원금손실) 구간에 닿으면서,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수조원대 규모의 상품이 손실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이 속속 해당 상품 판매 창을 닫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이미 H지수 편입 ELS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2019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격화되자 위험성을 감지했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는 판매를 중단했고, 또 지난해 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ELS는 모두 조기상환이 완료됐다는 설명이다.
NH농협은행은 10월 초부터 각 지점에서 ELT(주가연계신탁) 판매를 중단했다.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제외하면 원금 손실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품은 지점 판매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신탁형) 잔액은 8조216억원에 달한다. 이중 녹인 구간에 진입한 잔액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4조5698억원에 해당한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전체 판매 잔액은 15조6168억원에 달하며, 이중 5대 은행의 잔액은 14조2970억원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며 하나·신한·우리·NH농협 등 주요 은행에 한해서는 서면 조사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에선 판매 중단을 검토중이지만, 금리가 최고점을 찍은 현재 ELS 상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여전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지난 10월 들어 6000선이 깨지며 연중 최저치를 찍은 가운데 현 시점에서 H지수 편입 상품 가입을 원하는 수요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판매를 중단하면 고객이 새로운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판매 중단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