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LS·효성 전력기기 최근 5년간 최고 가동률

미국, 중동 등 인프라 투자 확대로 주문 계속 증대

HD현대일렉 영업익 HD한국조선해양보다 많아

LS일렉 올해 상반기 매출 사상 첫 2조 돌파

효성중공업은 흑자 행진 이어가

울산 동구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에서 일부 변압기들이 조립 단계를 거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가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공장 가동률을 기록했다. 미국, 중동 등에서 인프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주문이 밀려든 효과로 풀이된다. 계속된 수주에 전력기기 3사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상승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누적 기준 HD현대일렉트릭 울산 공장은 가동률 95.5%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다.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 국내외 공장도 올해 가장 높은 가동률(90.59%)을 달성했다. 5년 전인 2019년 3분기 누적(65.8%)과 비교했을 때 무려 24%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고압기기, 계량기 등을 생산하는 LS일렉트릭 청주 1공장은 올해 3분기 기준 가동률 92.1%를 기록했다. 최근 5년내 가장 높은 수치이다. 초고압변압기(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장비)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 가동률은 89.7%로 지난해 3분기(76.9%)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구축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전력기기 3사의 공장 가동률이 높아졌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중지됐던 인프라 공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전력기기 3사는 일찌감치 생산라인 자동화 등에 주력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주력 제품인 변압기 생산성을 극대화하고자 로봇 등을 활용해 철심을 제작하는 ‘철심자동적층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철심은 변압기 뼈대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LS일렉트릭은 200억원을 투자해 청주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구축,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효성중공업은 제품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유럽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LS일렉트릭 변압기. [LS일렉트릭 홈페이지 캡처]

공장은 향후에도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노후화된 변압기가 증가해 이른 시일에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년 이상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래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는 2020년 2350억달러(약 303조원)에서 2050년 6360억달러(약 8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밀려드는 주문에 올해 3분기말 기준 전력기기 3사의 총수주잔고(11조448억원)는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8091억원)보다 25.4% 증가했다. 가장 많은 수주잔고를 확보한 회사는 HD현대일렉트릭(5조1571억원)이다.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수주잔고는 각각 2조3537억원, 3조5340억원이다.

효성중공업이 2019년 인수한 미국 테네시주 초고압 변압기 공장. [효성중공업 제공]

계속된 상승세에 전력기기 3사는 그룹에서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과거 그룹 핵심 사업인 조선과 정유, 건설기계에 비해 존재감이 적었다. 반면 올해 3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 영업이익은 854억원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 중 HD현대오일뱅크(3191억원), HD현대사이트솔루션(1611억원)에 이어 3번째로 높다. 향후 3년치 선박 건조 물량을 확보한 HD한국조선해양(690억원)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효성중공업은 그룹 내 화학 계열사들이 시황 악화 여파로 부진하고 있을 때 꾸준히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9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했다. 효성티앤씨(506억원)와 효성첨단소재(357억원), 효성화학(-28억원)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 이어 전력기기 3사는 생산라인 증설 및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울산 공장은 272억원을 투입해 철심 공정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미국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생산라인 신설, 합리화 등에 총 157억원을 투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시장이 최근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동 등에서 여전히 한국 전력기기를 찾는 고객이 많아”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