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 ‘행복김치’ 김장 행사 가보니
올해로 9회째…“해상 직원에 감사 전달”
[헤럴드경제(진천)=전새날 기자] “작년 5월에 출항한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에 어제는 아빠 잠옷을 입고 잤어요. 오늘 아침에는 아빠가 먼저 잘 일어났냐고 연락도 왔습니다. 제가 만든 김치를 받고 뿌듯해하셨으면 좋겠어요.”
배추를 버무리던 서래현(14)군은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서 군은 태평양에서 조업하는 동원203호 서권배 선장의 아들이다. 그는 어머니와 ‘행복김치’ 김장 행사에 6년째 참여하고 있다. 김치통 나르던 고사리손은 이제 김치를 직접 담그는 숙련자가 됐다.
21일 오후 충북 진천 동원F&B 진천공장. 동원산업은 자회사인 동원F&B 공장에서 임직원과 선원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김치 김장 행사를 열었다. 종합식품기업인 동원F&B는 동원참치, 리챔, 양반김치 등을 만드는 회사로 양반김치를 진천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 2013년 시작한 행사는 벌써 9번째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민은홍 동원산업 대표를 비롯해 임직원과 해상 직원, 가족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블루오션호의 김봉수(54) 선장은 이날 처음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지난 8월 인도양에서 조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12월에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 김 선장은 “통신기술이 발달해 가족과 연락은 자주 하지만, 김치를 바다에서 접하면 벅찬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김 선장의 아내 허애수(54)씨는 그동안 홀로 행사에 참여해 왔다. 허 씨는 “선장과 선원이 맛있게 먹으라고 기도하며 정성을 다한다”며 “항상 고생한다고 전하고 싶고, 안전하게 조업하는 마음을 담는다”고 말했다. 김 선장이 탄 배에는 30명의 선원이 함께 조업한다.
행사는 동원산업이 해상 직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번 배를 타고 나가면 12개월에서 14개월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고달픔을 배려한 자리다. 동원산업은 태평양 등 전 세계 바다에 40개의 원양 선단을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선원 250명과 외국 선원 750명을 합쳐 1000여 명이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있다.
민은홍 대표는 “선단에 있는 가족에게 전하고픈 마음이 모여 9회째 행사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맛있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장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위생복과 위생모에 빨간 앞치마를 두른 참여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지만, 작업에선 진지함이 묻어났다. 배춧잎 한 장, 주먹에 담은 속재료에는 꼼꼼한 손길이 이어진다. 빨갛게 속을 채운 김치는 포장 용기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고단한 단순 작업이지만, 보람은 크다. 남이 아닌 가족의 상에 올리는 엄마의 진심이 느껴졌다.
김치는 두 포기 반 정도가 들어가는 7㎏ 용량 캔 300개로 완성됐다. 바다를 건너는 특성상 단단한 금속캔 재질의 용기가 쓰인다. 이는 식량을 전달하는 운반선으로 보낸다. 5대의 운반선은 내달부터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바다를 향한다. 짧은 거리는 10일에서 2주, 남극처럼 먼 거리는 45일이 걸린다.
한편 22일은 2020년 제정된 ‘김치의 날’이다. 김치 재료 11가지가 모여 22가지 효능을 보인다는 의미가 담겼다. 한국인들이 찾던 소울푸드는 이제 세계인의 건강식이 됐다. 올해 10월 기준 93개국으로 수출되며 2013년(61개)보다 수출국은 절반 가까이 늘어났다. 1~10월까지 올해 김치 수출액은 1억3058만달러로 ‘K-푸드’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