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정반대…포스코형제 사고 반도체주 대량 매도
외인, 2차전지 숏커버링 후 반도체로 수급옮겨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공매도 전면금지 첫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브, SK하이닉스 주식을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주였다. 반면 개인들의 순매수 상·하위 종목은 외국인과 정반대였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9일 외국인의 순매수 최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4700억원), 하이브(4000억원), SK하이닉스(2700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순매도 최상위 종목은 포스코홀딩스(–2300억원)와 포스코퓨처엠(-1700억원)이었다.
역시 공매도가 묶인 기관들의 순매수 1·2위는 하이브(700억원)와 카카오(300억원), 순매도 1·2위는 삼성SDS(-800억원)와 NAVER(-600억원)였으나 금액이 크지는 않았다.
반면 개인들은 외국인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 기간 순매수 상위종목에 포스코홀딩스(2900억원)와 포스코퓨처엠(1900억원)이 이름을 올리면서 변함없는 이차전지주 선호를 보였다. 개인 순매도 상위종목은 삼성전자(-4600억)와 SK하이닉스(-2400억)였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잔고 비중이 커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환매수) 수혜를 입었던 이차전지주 수급이 단기간에 소화되고, 외국인 수급이 반도체로 급격히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올해 내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엔터 대장주 하이브 등의 중장기 강세에 베팅한 셈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면 금지 이전 공매도 잔량이 많이 쌓인 종목들이 먼저 움직인 후, 종목 반등은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숏커버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첫날인 지난 6일 2700만주 가량의 숏커버링 물량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국내 증시 공매도 잔고 수량은 4억2163만주로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3일(4억4263만주) 대비 2200만주 감소했는데, 여기에 유동성공급자(LP)의 예외적 공매도가 500만주 가량 이뤄진 것을 감안한 것이다.
공매도 금지 첫날 외국인 순매수 2~4위종목에는 LG에너지솔루션(1500억원),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각 700억원)이 있었으나, 이날 숏커버링후 순위권에서 밀렸다.
하이브의 경우 지난 7일 넷마블이 보유한 하이브 주식 250만주(5700억원 규모)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한 것을 외국인이 매수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외국인은 하이브를 4000억어치 순매수했다.
반도체주의 경우 업황 개선 신호가 나타나면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지난 2년 동안 하락세였던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디램과 낸드 가격의 동반 상승과 스마트폰, PC 등 전방 수요 회복의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어 가격과 물량의 동반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