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손해율 100% 초과 적자 상황

고물가에 상생금융 압박, 두자릿수 반영 어려워

계리적가정 가이드라인도 변수로 작용

“손해율 올랐는데…” 실손보험료 인상 앞두고 한숨쉬는 보험사[머니뭐니]
병원으로부터 보험청구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신의료기술로 치료를 받았지만 정작 해당 치료 자체가 법령 위반으로 판단,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내년도 실손의료보험료 결정을 앞둔 보험사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고물가 환경에 상생금융 압박까지 거센 상황에서 대폭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관련 계리적가정 가이드라인도 변수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달 중 2024년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결정하기 위해 손해율 등 관련 현황을 검토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 대비 지급 보험금의 비율로, 100%를 넘으면 받은 보험료보다 준 보험금이 많아 보험사가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실손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2020년 9~10%에서 2021년 10~12%, 2022년 14.2%로 높아지다가 올해 8.9% 수준으로 꺾였었다. 출시 5년을 맞아 처음 요율 조정 대상이 된 3세대 실손보험이 그간 손해율을 반영해 평균 14% 인상됐지만, 1세대와 2세대 실손보험은 각각 6%, 9% 수준으로 인상률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올해도 손해율이 100%를 초과하는 적자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역시 손해율이 빠르게 상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13개 손보사의 상반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20.2%로 지난해보다 2.6%포인트 올랐다.

비급여 항목을 많이 이용할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비급여 할인·할증 제도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7월에나 시행될 예정이어서, 당장 손해율을 완화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손해율이 여전히 높다. 3세대는 올해 보험료를 많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쌓인 손해가 다 해소되지 않아 손해율이 1~2세대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통상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손해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고려할 때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예년처럼 두자릿수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질 만한 상황도 아니다. 보험료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손보험은 약 4000만명이 가입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에 반영된다. 보험사들이 올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만큼, 상생금융 동참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손보험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내린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까지 얽혀 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3분기부터 적용되고 있는 실손보험 관련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은 최소 15년의 시점에 사업비를 포함한 목표손해율(합산비율)이 100%에 도달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합산비율 100%를 가이드라인으로 줬다는 것은 매년 실손보험료 인상 수준도 가정에 포함됐다는 얘기”라며 “인상 폭이 가정과 크게 달라지면 CSM(계약서비스마진)까지 출렁일 수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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