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 대비 2배 된 ‘편의점 도시락’ 매출
‘장어덮밥’ ‘채식카츠’…메뉴 다양화
편도족 증가→통신사·구독 할인…‘소비 패턴’도
지역 항구 인근서는 ‘기사식당’ 역할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편의점 구독 쿠폰이랑 통신사 할인을 쓰면 5000원짜리 도시락을 2500~3000원에 사 먹습니다. 편의점 2곳에서 골고루 먹어보면서 재구매 의사가 있는지 리뷰도 남겨요.”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30대 임모 씨는 일주일에 2~3회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일명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소비자)’이다. 임씨는 “읍면동 지역에 속하는 근무지 인근에 혼자 갈 만한 마땅한 식당이 없다”며 “편의점 도시락은 언제, 어디서든 식사 고민을 해결할 수 있어서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김밥 한 줄 가격 5000원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 고기 반찬과 함께 식사 해결이 가능한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편의점 4사(세븐일레븐·CU·이마트24·GS25, 가나다순)에서 판매된 편의점 도시락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약 2배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10월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각각 ▷CU 49% ▷GS25 126% ▷세븐일레븐 150% ▷이마트24 113%로 평균 109%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의 편의점 도시락 매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2019년에 비해 각각 ▷CU 54.4% ▷GS25 80.8% ▷세븐일레븐 85% ▷이마트24 92% 각각 증가했다.
앞서 임씨가 말했듯 편의점 도시락의 특징은 높은 접근성과 가격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서울 지역) 김밥 한 줄 가격은 평균 3215원이다. 서울 시내 분식점을 보면 참치, 김치 등 추가 재료가 들어갈 경우 5000원이 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김밥 한 줄과 라면’을 먹으면 1만원에 경우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씨가 거주하는 충남 지역도 김밥 한 줄 가격이 평균 2920원이다. 각종 혜택을 더해 김밥 한 줄 가격으로 도시락을 먹은 셈이다.
편의점 도시락은 크게 저가, 일반, 프리미엄으로 제품군이 나뉜다. 올해 10월 기준 CU의 경우▷4500원 이하(30%) ▷4500원 초과~6000원 이하(60%) ▷6000원 초과(10%) 가격대로 구성돼 있다. GS25의 경우 ▷5000원 미만(33.3%) ▷5000~5500원(41.7%) ▷5000원 이상(25%) 가격대로 운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의 마진율은 20~30%대이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도시락이 메뉴 다양화에 집중하는 도약기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초창기였던 2009년 당시에는 1000원대 후반~2000원 초중반 가격대의 소불고기·제육볶음 메뉴가 나왔다. 이후 지금까지 품질과 가성비 등이 꾸준히 올라왔고 그 사이 편의점 도시락의 평균 가격은 ‘3000원 후반~5000원’으로 올랐다. 코로나19 당시에는 편의점 도시락이 원격 수업을 해야 하는 학생의 급식 대체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 도시락 시장은 2019년 9600억원에 도달한 이후 현재 1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출연자들이 선보인 메뉴를 편의점에서 실제 판매하도록 연계하는 예능 프로그램(KBS ‘신상출시 편스토랑’)까지 나왔다. 현재 시즌2 파트너 사인 GS25의 경우 올해 8월 말 기준 ‘어남선생꽈리찜닭’ 등을 포함, 약 20종의 편스토랑 신상품을 출시했고 해당 제품들의 판매량은 2000만개를 돌파했다.
편의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계에서는 계절과 트렌드를 반영한 시즌성 제품도 늘어나고 있다. CU의 경우 2019년 300여 종이던 도시락 제품 수가 지난해 600여 종으로 2배로 늘었다. ‘명절 소불고기 떡국한상(CU)’, ‘한가위 돼지구이 정식(CU)’ 등 명절에 맞는 제품이나 ‘장어계란말이덮밥(이마트24)’ 등 시즌 제품이 대표적이다. CU의 경우 2019년부터 브랜드 ‘채식주의’를 운영 중으로 올해 1월에는 대체계란으로 만든 4000원대 간편식 3종을 선보였다.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대학가, 병원, 로드사이드 점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CU의 경우 올해 1~10월까지 도시락 매출 상위 10개 매장이 각각 ▷로드사이드(국도변) 3곳 ▷대학 4곳 ▷병원 2곳 ▷오피스 1곳으로 서울과 비수도권 지역이 각각 절반을 차지했다. GS25 관계자는 “저희는 주거·학원가·오피스·로드사이드·역세권 순서로 도시락 매출이 높게 나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도시락은 ‘구매난민(의지와 비용은 있지만 주변에 소매점이 없어 구입이 어려운 소비자)’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로드사이드 매장이 있는 곳들의 매출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특히 항구 근처 편의점은 일종의 ‘기사식당’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에서 항구로 나가는 대형트럭의 기사 동선에 위치한 매장에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높게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시 판매 제품은 각 사 모두 20여~30여 개 수준으로 전통 강자인 메뉴는 여전히 고기볶음류라고 한다. 고가의 프리미엄 도시락은 상시 제품으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1만원대 수준으로 제품이 없진 않지만 너무 고가는 수요가 높지 않아 저가형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늘자 각 업체들은 월 이용료를 지불하면 특정 상품을 20~30%가량 할인 받을 수 있는 구독 쿠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GS25 ‘우리동네GS 클럽한끼’, CU ‘포켓CU’를 포함, 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모두 편의점 구독 쿠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