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원조 아빠차’ 자리를 두고 동생 ‘기아’에게 눌려있던 현대차가 오래간만에 신형 싼타페 인기몰이로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무려 4년 4개월 만에 싼타페 월간 판매량이 8000대를 넘어서면서 기아 쏘렌토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장(SUV) ‘2강 구도’를 재연하게 되면서다.
하반기 현대차 내수 판매 시장의 기대주로 꼽혔던 싼타페가 선전을 하면서 역대급 분기 영업이익 소식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면치 못하던 현대차 주가 역시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싼타페의 5세대 완전 변경 모델 ‘디 올 뉴 싼타페(신형 싼타페)’는 지난달 총 8331대가 팔리며 베스트셀링 모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싼타페 월간 판매량이 8000대를 넘어선 것은 2019년 6월(8192대) 이후 52개월 만이다.
중형 SUV 시장 최대 라이벌인 쏘렌토는 8777대 팔리며 지난 10월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차지했다. 싼타페와 쏘렌토가 판매량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던 2강 구도가 3년 만에 다시 나타나는 양상이다.
현대차의 대표 SUV인 싼타페는 5세대 모델 출시 직후인 2018년과 2019년 각각 10만7202대, 8만6198대가 팔리며 6만7200대, 5만2325대가 판매된 쏘렌토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2020년 4세대 쏘렌토 출시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싼타페는 2020년 5만7578대, 2021년 4만1600대가 판매되며 8만2275대, 6만9934대가 팔린 쏘렌토에 매년 2만5000대 이상 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2만8705대가 팔려 쏘렌토 판매량(6만8902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굴욕’을 겪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8월 신형 싼타페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걸었다. 5세대 신모델 출시는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신형 싼타페의 외관은 갤로퍼 등을 연상시키는 상자 형태의 각진 디자인으로 바뀌었고,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하도록 후면부에는 대형 테일게이트가 적용됐다. 이러한 디자인 변화에 더해 전면부와 후면부에는 현대차의 엠블럼을 재해석한 ‘H 라이트’가 탑재됐다.
신형 싼타페의 선전을 바탕으로 현대차 주가 역시 약세를 딛고 다시 치고 올라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81%(1400원) 상승한 17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1월 들어 3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앞서 현대차 주가는 10월 한 달에만 11.20% 하락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증권가에선 현대차 주가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신호를 내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거나 상회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전기차 시장 둔화 등이 우려된다며 목표주가를 내리면서다. 유안타증권은 목표주가를 33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내렸고, 메리츠증권(26만→24만원), 삼성증권(30만→26만원)도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한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최근 공개된 팟캐스트 어콰이어드(Acquired)와 인터뷰에서 “현대차에 투자해 큰 손해를 본 적이 있다”고 털어 놓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