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수익률 비중 대폭 높여야”
홍콩 H지수 연계 만기도래
KB금융 고객관리 시험대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KB금융이 계열사 핵심성과지표(KPI)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단기성과 대신 중장기 성과 위주로 KPI를 바꿔 고객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의지가 반영됐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약 2주간 계열사들의 올해 성과리뷰 및 내년 경영전략 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회의에서 KB금융은 각 계열사에 KPI 개편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안도 고려하기로 했다.
개편안에는 향후 고객수익률에 대한 평가 기준부터 세부 비중, 자산별 반영치 등도 종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객수익률을 의미있게 확대하고, 단기 성과 대신 중장기 성과를 고객수익률의 주요 지표로 반영하는 것이 논의될 전망이다.
KPI는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일종의 채점표다. KPI에 따라 성과급은 물론 지점 고과 및 인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직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발생원인으로 금융사 KPI의 과도한 이익추구를 꼽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은행은 1년에 2번 정도 KPI를 조정하는데, 이에 따라 회사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며 “지주 차원에서도 경영방침이나 성장방침에 따른 KPI를 어떻게 가이드라인 삼느냐에 따라 각 사의 내부통제나 고객수익률 관리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이 KPI 개편에 나서는건 양종희 회장 내정자의 주문에 따른 조치다. 앞서 양 내정자는 최근 진행된 계열사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마다 ‘고객 수익률 관리’를 핵심 기치로 삼겠다는 뜻을 밝혀둔 상태다.
KB금융의 경우 계열사에서 판매한 금융상품 손실 가능성이 있어 KPI 개편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2021년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를 상당수 판매했는데, 당시 1만2000선이던 지수는 현재 5900선을 기록 중이다.
이에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H지수 연계 ELS에서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손실이 2조5000억원~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에 은행 판매 ELS 손실을 살펴보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KB금융 또한 H지수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KPI에 고객수익률 비중을 대폭 키우는 것은 물론 단기 수익 등을 KPI에서 대폭 줄이거나 제외하는 등 대대적 변화가 있어야한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단기 성과에 매몰돼 고객들의 자산에 손실을 줄 경우 KB금융이 발전할 수 없다는 양 내정자의 오래된 생각이기도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