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어린이전용 HMR ‘푸디버디’ 선보여
2년 만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직접 홍보
“‘부모’인 직원들이 제품 직접 개발”
“내년 매출 300억원 목표…영유아가 타깃”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저는 네 아이의 아빠거든요. 아토피(피부염)로 라면을 못 먹는 막내를 위해 장인라면을 만들었듯, ‘찐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위해 만든 브랜드입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1일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된 어린이전용 식품브랜드 ‘푸디버디’ 론칭 행사에서 아버지로서 겪은 고충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20여년 전 자신이 자녀들에게 밥을 먹이는 영상을 공개하며, 아이 한명 한명을 키우면서 느꼈던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김 회장이 브랜드 론칭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더미식 장인라면’ 시식회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날 김 회장은 직접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라면을 먹고 싶어도 먹으면 탈이 나는 막내 아이를 보면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트륨 걱정이나 인공조미료 없이 자연의 재료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하림은 푸디버디 브랜드를 통해 즉석밥, 라면, 국물요리, 볶음밥, 튀김요리, 핫도그 등 총 24종류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 제품들은 MSG가 들어가지 않고 나트륨을 성인식 대비 20% 줄인 게 특징이다. 푸디버디 라면은 기존 라면 나트륨 수치(1640㎎)에 비해 낮은 수준(빨강라면 1080㎎·하양라면 1050㎎)이다. 신라면(1790㎎)과 비교했을 때에도 30% 넘게 차이가 난다. 푸디버디의 국물요리 또한 성인 나트륨 권장량 대비 7.8~16.5% 수준이다. 푸디버디 라면의 개당 가격은 1700원으로, 프리미엄 제품 가격대다.
실제 기자가 이날 시식한 푸디버디 라면은 국물이 시중 라면에 비해 가볍고 맑게 느껴졌다. 또 성인 손톱 크기의 판다 모양 고명은 보는 맛을 더했다. 미니 핫도그에는 당근이 눈에 보일 정도로 들어가 있었고 우유 반죽을 해 식감이 부드러웠다.
푸디버디 관계자는 “신생아 때 혀에 맛을 느끼는 미뢰가 1만개 이상 있다가 45세 이후부터 노화하기 시작된다고 한다”면서 “아이들의 민감한 입맛을 만족시키면서도 식사가 전쟁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푸디버디는 내년까지 ‘매출액 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4~8세 영유아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만큼 제품 패키지나 굿즈에도 신경을 썼다. 제품들에는 장난감이나 동물 캐릭터 스티커가 들어간다. 또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숫자를 형상화한 숫자 치킨너깃과 가루를 넣고 흔들어 먹는 팝콘치킨 등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저출생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식품업계가 키즈전용 제품들에 집중하는 이유는 키즈전용 식품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이 0.7에 불과하지만 자녀를 향한 비용 지출을 꺼리지 않는, 일명 ‘골드 키즈’ 현상으로 인해 관련 시장은 성장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2조4000억원이었던 유아용품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조원으로, 5년 사이 66% 가까이 커졌다. 이에 올해 8월 초록마을은 친환경·유기농 원료 중심의 영유아식 전문 브랜드 ‘초록베베’를 론칭하기도 했다.
하림은 2021년 ‘더미식 장인라면’ 출시에 이어 지난해 5월 즉석밥, 올해 튀김전문 ‘멜팅피스’ ‘더미식 냉동만두’ 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제품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8월 공개된 하림지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더미식 즉석밥’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8억4100마원) 대비 올해 상반기 매출이 10배(80억8200만원) 수준으로 성장한 상태다. 다만 장인라면 등 면 부문은 더 일찍 출시된 것에 비해 84억7400만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성장속도가 더딘 편이다.
한편 하림산업은 지난해 매출액 461억원, 영업손실 868억원을 기록했다. 하림지주는 하림산업에 올해 2월, 7월, 10월 등 계속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1000억원에 가까운 수혈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하림 측은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과 신제품 출시 등을 위한 운영자금 조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