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고금리로 신차수요 부진…“반등에 시간 걸릴 것”
개인들은 2차전지주 하락원인으로 ‘공매도’ 지적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뉴욕증시는 상승했지만 국내증시는 테슬라 급락 영향에 따라 2차전지 종목 중심으로 출렁였다. 지난달 내내 2차전지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와 상반된 개인들의 ‘줍줍’과 ‘물타기’가 이어진 가운데, 전기차 신차수요는 경기침체와 직결되는 만큼 당분간 2차전지주의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차전지주에 대한 개인과 외국인의 포지션은 명확하게 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개인은 4200억원 순매수를 보인 반면 외국인은 56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개인은 2800억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은 3300억원을 내다팔았다. 같은기간 삼성SDI에 대해서도 개인은 2400억원 순매수, 외국인은 5500억원 순매도를 보였다. 특히 개인들은 테슬라 주가 영향 직격탄을 받아 국내 주가가 곤두박질친 지난달 31일에도 하루동안 LG에너지솔루션을 500억원, 에코프로비엠을 300억원 어치 사들였다.
다만 경기침체가 자동차 판매수요와 직결돼 2차전지주 고전은 경기가 상방으로 방향을 틀 때까지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개인들의 2차전지주 매수전략이 성공할 지는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일반적인 자동차 부품의 경우 차량 교체보다는 기존의 차량을 최대한 오래 쓰려는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2차전지주는 전기차 보급률 확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금리가 오르면서 자동차 대출에 대한 이자율도 높아져 신차 구매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지속, 2차전지주는 경기침체는 물론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만큼 FOMC를 코앞에 두고 서둘러 갖고 있는 주식을 ‘패닉 셀링(공포감에 의한 매도)’하기보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난후 움직여도 늦지 않는다”는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도 2차전지주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격적 포지션보다 수익 방어가 가능한 전략을 선호한다.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와 고배당 매력을 보유한 금융주를 주목한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사실상 2차전지주는 고평가 이후 합리적 조정상태로 보고 있다. 2차전지주를 상정해 FOMC 이후 반등을 기다리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가 2차전지주 하락의 주원인이라는 볼멘 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지난달 공매도 비중은 각각 24.7%, 23.2%로 전체 종목 가운데 7위와 8위에 위치했다.
이같은 기류에 더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공매도 한시 금지’가 화두로 부상하면서 금융당국은 고심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시적 공매도 전면 중단 후 제도 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동안 제도 개선을 했지만 다시 원점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가장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필요한 모든 제도 개선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