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달리 경기침체에 따른 타격 적어
GBTC프리미엄 급등…기관수요↑
‘돈나무언니’ 차익실현 등 변수도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비트코인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대감에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 직전가격을 회복한 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금리인하와 맞물려 득실계산이 한창이지만, 실물경제의 대체자산인 비트코인 입장에서는 금리인하 가시화에 따른 수혜가 우선이라는 점도 호재로 지목된다.
2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트코인은 일주일 전보다 22% 뛴 3만40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는 각각 4600만원대 후반에서 거래 중이다.
이같은 상승세는 비트코인 ETF 현물 출시가 기관 자금 유입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미 높아진 기관의 관심은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
전체 비트코인 선물 미체결 계약 중 주로 기관들이 이용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차지하는 비율은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상대적 관심도를 나타낸다. CME 거래소 내 비트코인 선물 미결제약정은 지난 23일 10만 비트코인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CME 의 비트코인 선물 시장 점유율은 약 25%로 급등했다. 과거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당시에도 CME 미결제약정 포지션이 급증한 바 있다.
또한 GBTC(Grayscale Bitcoin Trust) 프리미엄은 그레이스케일 GBTC 가격에서 실제 코인 가격(NAV 기준)을 뺀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관들의 수요가 다른 주체에 비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GBTC 프리미엄은 -12%대로 연초 –48~-50% 대비 훨씬 높아져 기관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 24일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해 일시적으로 양의 값을 보이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회계나 규제의 이유로 기관에서 사지 못하는 자산이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기관 자금을 가져올 수 있는 핵심적인 채널이 될 수 있다. ETF는 기관 포트폴리오에 간편하게 편입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식·퇴직연금계좌 등을 통해 운용되는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TF 상품에 대해 승인 심사를 4차례에 걸쳐 최장 240일까지 진행할 수 있는데, 현재 최종 데드라인이 가장 빠른 비트코인 현물 ETF는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로 2024년 1월 10일이 마감시한이다. 그레일스케일은 비트코인 신탁을 현물 ETF로 전환하는 건으로 내년 1월 8일이 데드라인이다. 블룸버그는 SEC가 내년 1월까지 아크인베스트먼트의 ‘ARK 21Shares 비트코인 ETF’ 승인할 확률을 90%로 보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 급등을 주도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현물 ETF 승인과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격은 블랙록의 상징성 때문에 시장 센티멘트(감정적 요소)에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마케팅 측면의 기대감이 반영된 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추가 가격상승 기로에 서있는 가운데, 영향력 있는 인사 또는 ‘비트코인 고래’의 차익실현이 늘어날 경우 급등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시 2030년 가격이 60만달러로 오른다고 긍정론을 펼친 ‘돈나무 언니’ 캐시우드는 비트코인 급등 이후 지난 24일 코인베이스와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 지분 약 577만 달러(약 77억 6100만 원)어치를 처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