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근로복지공단 상대로 낸 유족급여 소송 승소

“도수치료 특성 등 고려할 때 업무시간 초과해 수행”

“육체적 강도, 상당 수준 감정노동도 요할 걸로 보여”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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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퇴근 후 자택에서 쓰러져 숨진 물리치료사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 박정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1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어머니다. B씨는 한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물리치료·도수치료 업무 등을 담당했다. 그러던 중 2020년 8월 퇴근 후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튿날 새벽 사망했다. 부검 결과 흉부 대동맥 부분 파열 증상이 사인으로 기록됐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2021년 11월 부지급 결정했다. 업무적 부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개인적 위험 요인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돼 B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다수 의견이란 판단이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A씨는 2022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법에서 정한 ‘업무상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또 평소 정상적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 과중 등이 원인이 돼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고 전제했다.

이 사건에서 B씨의 사망 전 업무시간(사망 1주 전 52시간 47분, 4주 전 주당 평균 49시간 2분, 12주 전 주당 평균 46시간 5분)은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 정한 단기·만성 과로 인정 기준에 미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근무시간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기초로 한 걸로 보이는데 도수치료 특성, B씨의 개인적 성향 등 고려할 때 사실상 근로계약에 의해 형식적으로 정해진 업무시간을 초과해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며 “공단 판단에 따른 B씨의 근로시간 수가 인정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하다는 사정만으로 업무관련성을 쉽게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도수치료 특성상 육체적 강도가 있는 업무이자 상당 수준의 감정 노동도 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2020년 6월 181명, 7월 190명의 환자를 직접 치료했고 1주당으로 환산할 경우 6월 1주당 42.2명, 7월 1주당 42.9명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근로계약상 업무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도수치료 등을 수행했을 것으로 보이고 토요일에도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근로자였던 사정 또한 신체적 부담을 가중시켰을 요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B씨가 병원장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고서 퇴사를 결심할 정도의 분노·상실감 등을 느끼고 정신적 부담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발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혈압이 다소 높았던 점 등 발병 인자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배제시킬 정도의 현저한 위험인자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청구는 이유 있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dandy@heraldcorp.com